2022년 4월 공개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사업에 대한 보완 환경영향평가에서 항공기 조류충돌 위험성에 대한 모델 분석 결과, 무안공항 인근에 출현하는 총 88종의 조류 중 청둥오리 등 6종(큰기러기·쇠기러기·혹부리오리·흰뺨검둥오리·민물가마우지)이 ‘3단계 위험수준’으로 분석됐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같은 위험성 평가는 한국의 지형과 환경을 고려해 고안된 ‘한국공항공사 모델’에 따른 것이다. 조류충돌 상황 시 피해 심각도(무게×무리 형성)와 충돌 가능성(출현 빈도×충돌 횟수) 등을 종합해 분석한다.
위험수준 1~3 등 총 3단계로 구분되는 위험성 평가에서 가장 높은 ‘위험수준 3’은 “신속히 추가적 위험경감 대책 마련 및 수행”을 조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환경영향평가에선 청둥오리 등 6가지 수조류가 ‘위험수준 3’으로 평가됐다. 청둥오리(1082g), 큰기러기(2850g), 쇠기러기(2620g), 혹부리오리(1152g), 흰뺨검둥오리(1010.5g), 민물가마우지(2109.5g) 등 평균 무게가 1kg을 넘어가는 종들이다. 이 종들은 모두 피해 심각도에서 ‘높음’ 평가를 받았고, 출현빈도 등 조류충돌 발생 가능성에선 ‘보통’ 평가를 받았다.
해당 보고서는 “6종의 수조류가 무안공항 주변 지역을 이동, 서식하는 동안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안공항에서 2006~2019년 동안 발생한 조류충돌 사고는 9건으로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면서도 “향후 항공편 수가 증가할 경우, 무리를 이뤄 월동·서식하는 오리 및 기러기류, 민물가마우지 등 수조류 이동 시 조류충돌 위험성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무안공항 주변 13㎞ 이내에 철새도래지 4곳(무안군 현경·운남, 무안저수지, 무안-목포 해안, 압해도)이 분포하고 있으며, 2016~2021년 동안 4곳 모두 조류 출현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선 “사업지구 내 활주로 연장 시 항공기 운항 증가로 인해 반경 13㎞ 내 분포하는 철새도래지를 이용하는 조류와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류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관리 계획으로는 폭음기·경보기 등 청각적 억제 방안과 레이저·LED조명·육식조류 모형 등 시각적 억제 방안, 드론 등 조류음파퇴치 시스템 구축 등이 제시됐다.
이같은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조류분포 현황 등 분석 내용은 환경영향평가 1차 보완 보고서에 담겼다. 당초 2022년 1월 완료된 본안 환경영향평가에서 일반적인 조류충돌 방지 및 관리방안만 제시돼 조류 분류 별로 충돌 위험 여부를 세분화해 구체적 저감대책을 제시하라는 환경부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보다 앞서 실시된 2020년 5월자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조류 충돌 위험성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9일 오전 발생한 무안공항 항공기 활주로 이탈사고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랜딩기어(착륙시 사용하는 바퀴)가 정상적으로 내려오지 않은 점을 지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으로는 조류 충돌에 따른 기체 고장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