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에 불꽃놀이라니”…여의도 한강 불꽃쇼, 결국 사과

입력 2024-12-30 05:55 수정 2024-12-30 05:55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인근 한강 선상에서 열린 한강한류불꽃크루즈 모습. 엑스 캡처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29일 서울 여의도 인근 한강 선상에서 불꽃축제가 열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날 오후 엑스(X) 등에는 여의도 인근 한강에서 열린 선상 불꽃놀이 모습을 찍은 사진과 영상이 공유되며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전남 무안에서 사상 최악의 항공기 참사가 발생한 상황에 부적절한 행사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온라인에는 “나라가 참기 힘든 슬픔과 비통함으로 가득한데 이런 날 여의도에서 불꽃놀이를 해야겠나” “불꽃놀이 하는 거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순간 혐오감을 느꼈다” “애도 기간에 서울시는 대체 뭐하는 건가” 등의 글이 이어졌다.

해당 불꽃놀이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주관하는 ‘2024 한강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된 ‘한강한류불꽃크루즈’ 행사였다. 서울시가 이달 20일부터 31일까지 12일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여는 6개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선상 불꽃쇼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참가비 대인 4만원·소인 2만5000원)을 받아 진행된다.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초대형 유람선에서 음악에 맞춰 연출되는 불꽃쇼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개돼 있다.

한강한류불꽃크루즈 관련 안내.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커지자 주최사인 현대해양레저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김진만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대해양레저 측은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의 취소 요청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금일 행사는 취소됐어야 했다”며 “너무 급작스런 상황이라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 참사 속에서 모든 분들이 애도하는 시기에 이런 행사를 진행해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과드린다”며 “여객기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 및 유가족분들게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과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주최 측에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서울시 측은 여객기 사고 당일 한강유람선 불꽃쇼 행사를 취소할 것을 요청했으나 현대해양레저 측이 ‘기예약된 건이라 취소가 어렵다’며 강행했다는 게 이유다.

서울시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국민적 추모 분위기 속에 시의 행사 취소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강유람선 불꽃쇼를 강행한 현대해양레저에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31일에 예정돼 있는 행사도 즉각 취소토록 했다. 현재 행정조치를 위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29일 오전 9시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사고가 발생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해당 여객기는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외벽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정부는 향후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오늘부터 1월 4일 24시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과 전남, 서울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들은 조기를 게양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