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첫 해외여행, 아들 부부는 신혼여행이나 다름 없는 여행이었는데…….”
29일 오후 찾은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대합실은 유가족들의 절규와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가족의 신원 확인을 기다리는 유가족들은 곳곳에서 “나 어떻게 살아” “여행 다니라고 하지 말걸”이라고 말하며 통곡했다. 어떤 유가족은 “지금 4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아직도 신원 확인이 안 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 안에 들여보내 달라. 얼굴을 보면 누군지 안다”고 소리쳤다.
아들 부부와 손자를 한 순간에 잃어버린 A씨는 “이제 눈물도 안 난다”며 “정말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A씨 아들 부부는 코로나19 시기에 결혼을 해 이번 여행이 사실상 신혼여행이었다고 한다. 3살 손자의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다. A씨는 “야무지고, 똑똑하고, 다정하던 둘째 아들이었다. 3년 전 남편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뒤 많은 의지가 돼 줬다”며 “여행 내내 아이랑 동물원 간 것 등 사진을 보내줬다. 뉴스 보고 ‘아들아 너는 내일 오는거지?’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탑승객 명단을 보니 우리 아들이 있어서 놀라 달려왔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김모씨는 큰아주버님 소식을 듣고 남편과 함께 공항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김씨는 가족들과 함께 대합실 자리 한켠을 지키고 있었다. 김씨는 “큰아주버님이 회갑을 맞이해 친구분들과 여행을 떠났다”며 “워낙 평소에 가정적이시고, 조카들도 잘 챙겨줘서 우리 애들도 소식을 듣고 오열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간 바쁘게 사셨고 이제 여행 좀 다니시나 했는데, 하필 왜 이 비행기를 타셔서…….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시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시는데 아직 말씀도 못 드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 자매 중 맏이인 오모(54)씨는 막냇동생 부부가 제주항공 여객기에 함께 탔다고 말했다. 오씨는 “23살 조카가 연락을 줘서 알았다”며 “부모님이 제일 예뻐하던 막내딸인데…….”라고 말했다. 오씨는 “어젯밤에 이제 출발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김모(32)씨도 “남동생이 같이 일하는 직원과 같이 놀러 갔고, 어젯밤에 잘 놀고 있다고 연락 온 게 마지막”이라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조모(54)씨는 형제들끼리 돈을 모아서 장모님과 장인어른 패키지여행을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조씨는 “두 분이 크리스마스날 여행 패키지로 출국했다. 가족들이 다 같이 돈을 모아서 보내드렸다”며 “여행 가시기 전에 잘 다녀오시라고 연락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은 신원 확인 등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정부 관계자에 불만을 토로했다. 오모(52)씨는 “지금 여기서 3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제대로 상황 파악도 안 되고 있다”며 “처음에 신원 공개한 5명도 마지 못해서 겨우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무안=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