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이커머스 공세 속에서도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실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서 대조적인 성과다. 특히 지속적인 점포 폐점과 적자 늪에 빠진 홈플러스는 업계 2위 자리마저 코스트코에 위협받는 상황이다.
29일 코스트코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9월∼2024년 8월 회계연도 매출은 6조530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6% 증가했다. 이에 국내 대형마트 순위서 변화가 감지된다. 홈플러스와 코스트코의 매출 격차는 2020년 무려 2조500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이후 코스트코가 연평균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올해 약 4000억원으로 좁혀졌다.
코스트코·이마트 트레이더스 등의 창고형 할인매장은 대용량 상품을 박스 또는 묶음 단위로 판매한다. 이들의 ‘박리다매’ 전략은 매입 원가를 낮추고 상품 진열에 필요한 노동력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불황 속 가성비를 추구하려는 소비자들을 끌어모은다.
트렌드모니터의 ‘2024 대용량(벌크형) vs 소포장 식품 소비 관련 조사’에 따르면 대용량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86.5%에 달한다. 그 중 “양이 많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64.4%를 기록했다. 국내 최대 코스트코 매장인 양재점의 경우 현재 주말에는 매장 개점 시간인 오전 8시에 오픈런을 해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붐빈다. 여러 가구가 함께 1명의 회원권으로 분할 결제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다른 유통 채널과 비교하면 코스트코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메리츠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직전 4주간 코스트코 방문자 트래픽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11.1%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이마트는 17%, 롯데하이마트와 홈플러스는 각각 1.1%, 4.5% 줄었다.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 15.3%, 신세계는 2.6%, 현대백화점은 8% 줄며 전반적인 위축세를 보였다.
특히 지속 적자와 점포 수 감소에 홈플러스는 위기에 봉착했다. 점포 수는 2019년 140개에서 지난 3분기 기준 129개로 줄었으며, 추가로 11개 점포가 폐점을 앞두고 있다. 꾸준한 점포 정리에도 3년 연속 적자다. 최근 부산·울산·경남 지역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단행키도 했다.
10년 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아직까지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6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문 매각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에 대한 수요 증가에 코스트코의 성장 동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흐름이라면 내년쯤 매출에서 홈플러스를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트코의 호실적 이면에는 논란도 적지 않다. 지난해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카트 관리 업무를 맡던 20대 청년이 사망해 큰 파문이 일었다. 올해도 이물질, 대장균 검출과 같은 식품 안전 문제와 조리실 가스 누출 사고 등이 이어지며 2년 연속 국감장에 소환됐다.
높은 수익에도 국내 기여도는 미진하다는 지적 역시 끊임없이 제기된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이번 회계연도 순이익의 67%인 약 1500억원을 미국 본사에 배당했다. 반면 국내 기부액은 12억2000만원으로 이는 당기순이익의 0.5%, 미국 본사가 가져갈 배당액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