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내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 맞춰 중의원(하원) 해산 가능성을 연일 띄우고 나섰다. 여대야소 구조에서 예산안·법안 통과에 있어 야당을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당내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에 대한 견제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역효과로 정권의 취약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요미우리TV의 한 프로그램에서 내년 중·참의원 동시선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예산, 법률에 대해 국회가 ‘안 된다’고 하면 국민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 헌법의 구조”라고 말했다.
일본 헌법은 내각이 중의원에서 불신임을 받으면 총사퇴 또는 중의원 해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반을 점하고 있는 야권에 의해 내각이 불신임받을 경우 중의원 해산을 통해 민의를 묻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과 중의원 (선거) 시기를 동시에 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정기국회를 1월 24일 소집하는 방안을 여당에 전달한 상태다. 정기국회는 개원 후 회기 연장이 없다는 전제하에 150일간 열린다. 이 경우 정기국회는 6월 22일 종료된다. 이에 맞춰 불신임 결의가 이뤄지면 7월 20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와 같은날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된다.
이시바 총리는 최근 중의원 해산과 관련 발언을 늘려가고 있다. 27일 한 강연에서도 2025년도 예산안이 부결될 것을 전제로 “(중의원 해산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의 중의원 해산 언급은 선거 준비가 되지 않은 야당을 겨냥해 협조를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은 “일련의 발언 배경에는 소수 여당 정권이 직면한 어려운 정치 상황이 있다”며 “내년도 예산안은 국민민주당 등 야당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야당이 결집하면 내각 불신임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민당 내부를 겨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비주류로 당내 권력 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이 때문에 올해 10월 총선 참패 이후 이시바 총리가 단명 총리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있다. 차기 중의원 선거를 언급해 당내 결속을 다지고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참의원 동시 선거가 실현되면 1년도 안 돼 중의원 선거가 다시 열리게 되는 셈이다. 오히려 역풍이 불어 당내·외 반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사히는 “기반이 취약하고 지지율이 낮은 총리가 예산안 심의 전부터 해산 움직임을 보이면 야당은 총리의 의도와 달리 불신임 공세를 펼칠 위험도 있다”며 “자민당 내에서도 내각 지지율에 따라 총리로부터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