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간다 좋아했는데”…‘대부분 사망’ 발표에 가족 통곡

입력 2024-12-29 16:31 수정 2024-12-29 17:48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탑승자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한 대다수의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망연자실해 울음을 토해냈다.

이날 탑승자 가족이 몰려온 무안 국제공항 1층에서는 가족을 애타게 찾는 흐느낌과 울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뉴스를 보던 가족들은 “아이고 어제 전화했는데…” “놀러 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라고 말을 채 잇지 못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김모(33)씨는 “언니가 저 비행기에 탔다”며 “그동안 늘 고생만 하다가 이제 형편이 나아져서 놀러 간 건데…”라고 울먹였다.

사고 항공기가 무안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고 발생 4시간째인 오후 1시쯤 소방 당국이 탑승객 가족들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기로 하자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회의실에 몰려들었다.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이 “여객기 탑승자 181명 중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자마자 회의실은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가족 중 누군가가 “생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서장은 고개를 숙인 채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딸이 돌아오길 기다렸던 한 여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가 하면 한 남성은 울분을 토하며 “어떻게…”라는 말만 반복했다. 일부 가족들은 당국과 항공사의 뒤늦은 대처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탑승객 가족들은 오전부터 생사를 파악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들여보내달라고 요구했으나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인 탓에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탑승객 가족들은 무안공항을 찾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려 달라” “가족들을 먼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 권한대행은 “알겠습니다”라고 짧게 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탑승자 가족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대표를 선출하고 당국 브리핑과 후속 대처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9시5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는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했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전체 탑승자 181명 가운데 승무원 2명만 구조돼 목포지역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