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새크라멘토 킹스가 마이크 브라운 감독을 돌연 경질한 뒤 그 파장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표면적인 원인은 성적 부진이지만 팀 에이스 디애런 팍스와의 불화가 이면에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새크라멘토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NBA 서부 콘퍼런스 LA레이커스와 경기에서 122대 132로 지며 6연패에 빠졌다. 2022년 1월 이후 최다 연패 기록으로, 앞선 5경기 패배는 모두 홈에서 당해 불명예 기록을 새로 썼다. 올 시즌 13승19패를 거둬 12위로 처졌다.
브라운 감독을 경질한 뒤 어수선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경기였다. 전날 브라운 감독을 경질한 새크라멘토는 이날 경기에서 대행 체제로 나섰다. 올 시즌까지 3시즌 간 새크라멘토와 동행을 이어왔던 브라운 감독은 최근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브라운 감독의 경질 소식은 NBA에 큰 충격을 줬다. 시즌 초반 부진만으론 경질이 다소 이르다는 평가다. 새크라멘토의 암흑기를 끝낸 수장으로서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브라운 감독은 2022-2023시즌 새크라멘토 사령탑으로 부임한 첫해 만에 팀을 17년 만에 플레이오프(PO)에 올려놓은 바 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엔 NBA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특히 당시 감독상 투표에서 1위표 100표를 받아 NBA 역대 최초로 만장일치 수상 기록을 남겼다. 지난 6월 2026-2027시즌까지 계약을 연장하며 구단의 신임을 받는 듯했던 브라운 감독은 재계약을 맺은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결국 팀을 떠나게 됐다.
경질 과정 또한 매끄럽지 않았다. 브라운 감독은 LA레이커스와 원정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를 타러 가는 과정에서 해고됐다. 연습을 마친 직후에 경질 소식이 알려지면서 선수들은 후임 감독을 모른 채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 촌극이 펼쳐졌다.
이에 팀 간판 팍스와의 알력 다툼에서 밀린 결과라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지난 27일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와의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한 후 브라운 감독은 인터뷰에서 팍스를 겨냥해 비판하며 갈등을 노출한 바 있다. 원정을 앞둔 팀 훈련 현장에선 팍스와 브라운이 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동료 감독들은 구단을 비판하고 나섰다. 2015년 새크라멘토 지휘봉을 잡았다가 24경기 만에 해고됐던 덴버 너겟츠의 마이크 말론 감독은 “끔찍하고 역겨운 일”이라며 “품격도, 배짱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J.B. 비커스태프 감독도 “브라운 감독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일 처리 방식이 형편없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