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하신 분만 주차할 수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입력 2024-12-29 15:41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꽉 막혀 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일마다 청파로가 너무 막혀 민원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교인들이 먼저 불편해야 할 때입니다. 내년부터 등록 차량만 교회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송태근 서울 용산 삼일교회 담임목사가 2023년 10월 했던 광고였다. 교회는 당회에 주차 문제TF를 조직하고 교인도 편하고 주민도 이해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실이 ‘지정 주차제’였다.

지난 1월 ‘지정 주차제’를 처음 도입한 교회는 합격점을 받았다. 교인과 주민 모두 만족했기 때문이다. 사전에 등록한 차량만 주일 2·3부 예배에 교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내년에도 이어진다. 두 차례 예배에 각각 150명의 교인이 주차를 할 수 있다.

김일호 삼일교회 부목사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특히 주일 2·3부예배에 줄잡아 4000여명의 교인이 몰려 주차도 힘들고 주변 도로도 굉장히 정체돼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다자녀가정과 고령·장애교인에게 우선권을 줘 이들이 지정 주차를 등록할 수 있도록 했는데 교인과 주민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일에 교인이 한꺼번에 몰리는 교회들이 ‘주일 주차난’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교회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교인 차량으로 인해 교회 주변에 교통 체증이 벌어지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교인들도 주차하느라 예배에 늦는 일이 빈번하다.

삼일교회 지정 등록제와 같은 대책을 내놓는 교회도 적지 않다.

사무용 건물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는 서울 강남 베이직교회(조정민 목사)는 교인들에게 아예 차를 가지고 오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광고한다. 서울 강남 광림교회(김정석 목사)는 1년에 두 차례 ‘택시 전도 데이’를 진행한다. 택시를 이용해 주일 예배에 오면서 기사에게 복음도 전하고 주차난도 해소하자는 취지에 마련한 캠페인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교회들은 대부분 주일에 비는 상업용 건물 주차장과 협약을 맺어 교회로 몰리는 차량을 분산하는 건 이미 오래된 전통이다. 주중에 교회 주차장을 개방하는 교회들도 주일에 주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인 경우가 많다.

고육지책을 마련한 교회도 있다.

서울 서초구의 A교회는 주일에 교회 주변 길가에 부득이하게 주차를 했다 단속된 교인들의 범칙금을 대신 납부해 준다. 이 교회 B목사는 “교회엔 10대 남짓 주차할 수 있고 주변에도 주차할만한 공간이 마땅히 없는데 대신 주변이 한산하다보니 이런 궁여지책을 냈다”면서 “되도록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권하는데 자녀가 많거나 고령 등 어쩔 수 없이 차를 가지고 와야 하는 경우도 있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기독교윤리신철운동은 ‘자발적 불편 운동’을 수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다.

공동대표 조주희 성암교회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의 불편함은 창조세계를 지키자는 신앙고백의 하나”라면서 “신앙 공동체가 불편함으로 돌아가 세상을 유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권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