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추정되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사례가 최근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기 이·착륙이나 순항 중 새가 동체나 엔진 등에 부딪히는 현상이다. 움직이는 항공기에 새가 충돌할 때는 큰 충격이 가해진다. 시속 370㎞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할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에는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항의 입지 특성상 들판 지역이 많고, 특히 국내 공항은 강가나 해변에 자리 잡은 곳도 많아 새들이 몰려들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 영향에 따른 철새의 텃새화, 출몰 시기와 출몰 조류종의 변화 등으로 전국 공항에서 항공기와 조류 간 충돌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국내 공항에서는 조류 충돌이 623건 발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08건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운송량이 감소한 2020년에는 76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지난해 152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 1월에도 청주공항과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 중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조류 충돌로 회항한 항공기도 7편 있었다. 인천공항에서는 지난 2월 6일 막 이륙해 17피트(약 5.2m) 떠오른 항공기 엔진과 착륙기어에 새가 날아들면서 회항한 일이 있었다. 6월 24일에도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던 항공기 전면에 새가 부딪혀 회항했다. 해외에서도 조류 충돌로 인한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비롯해 전국 공항은 조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으나 사고를 100% 막기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대부분 공항은 전문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어 대응하고 있으며 전담 인원을 투입하고 조류 서식 환경을 관리한다. 총포·폭음경보기, 음파퇴치기 등을 활용하고, 공군은 전국 기지별로 운항관제반에 조류 퇴치팀인 일명 ‘배트’(BAT:Bird Alert Team)를 운용 중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