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패권 경쟁국인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 채널이 사실상 단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도 여러 실무급 대화를 이어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대화 대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측과 직통하는 걸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 둘 다 중국에 강경한 입장이지만 중국을 상대하는 전략이 매우 다르다”며 “지난 1년 반 동안 재무부 고위 관리들은 거의 격월에 한 번씩 중국 측과 만났지만 차기 트럼프 팀이 이런 대화 채널을 계속 유지할지는 현재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가 2017년 첫 임기를 시작하기 전 양국 간에는 90개가 넘는 공식 대화 채널이 있었지만, 임기를 마칠 때쯤에는 사실상 전부 사라졌다. 트럼프는 그런 대화 채널이 중국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해로운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서 끝없이 대화만 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도 약 20개의 고위급 채널을 통해 대화를 재개했다. 경제와 금융, 안보 및 기후 변화 등 여러 주제를 두고 실무 대화를 이어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온 후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구축한 이런 대화 통로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다.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정권 인수팀 대변인도 “미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맞서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기를 바라며 그를 선출했다”며 “그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고위급 대화를 통한 ‘예측 가능성’을 선호한다. 중국 정부 당국자들이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트럼프 이너서클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트럼프 측은 공식 외교 채널보다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차이치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등 핵심 측근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의사를 중국 측에 전달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중국과 트럼프 팀 사이에 사실상 이면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2.0이 관세를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경제를 중국과 더 멀어지게 할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