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게임 정책에 있어서 특별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21대 국회가 종료되며 22대 국회가 새롭게 시작되었고, 새 국회 개원 첫해에 ‘국내 대리인 제도’와 ‘입증전환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이용자 권익을 위한 굵직한 법안이 두 건이나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후자는 아직 법사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국내 대리인 제도는 해외 게임사들에도 국내 게임사와 동일한 수준의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 게임사가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하면 이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등 게임물 관련 표시 의무를 이행하고, 사후관리에 따른 보고도 해야 한다. 그동안 해외 게임사들은 국내법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국내 게임사들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왔는데, 이제는 이러한 규제 형평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입증전환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 역시 게임 생태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공급 확률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여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게임사가 자신들의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최대 2~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그동안 확률 조작이나 허위 정보 공개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이머들에게는 실질적인 권리구제 수단이 생기는 셈이다.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변화들이 있었다. 메이플스토리 큐브 아이템 확률 관련 대법원판결에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즉, ‘아이템 매매 대금 반환 청구’ 소송에 있어 57만여 원의 반환을 인정했다. 비록 청구 금액의 5%에 불과하나, 게임사의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어진 소비자보호원 집단분쟁조정에서는 더 큰 성과가 있었다. 게임 아이템 관련 피해 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19억원을 게임사가 배상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게임사와 게이머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특히 이 결정은 앞으로 유사한 피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게임사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의 위헌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도 청구되었다. 이 조항은 게임물의 이용시간 제한이나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물 이용화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구인들은 이 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게임 이용자의 자기 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헌법소원의 결과는 향후 게임 규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게이머들이 관심 가져야 할 굵직한 이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정부가 추진 중인 게임물 등급분류 민간이양 이슈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겉보기와 달리 실질적 변화가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도 GCRB(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등급분류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단순히 주체만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상황이다. 민간이양이 실제로 게임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형식적인 주체 변경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관련 논의도 중요한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KCD-10 반영을 위한 ‘초안’ 완성이 내후년으로 연기되긴 했지만, 여전히 KCD 등재 찬성측의 움직임이 물밑에서 활발하다. 기재위에 계류중인 통계법 개정안에도 주목해야 한다. 내년에는 심사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안은 국제표준안을 강제 수용이 아닌 참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해석의 폭을 넓히고 있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이 제안한 ISO 국제이스포츠 표준안의 심사도 이스포츠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는 단순히 대회 운영 방식을 정하는 것을 넘어 특히 Part2 에서 선수 관리, 중계 등 국제 이스포츠 대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기준을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포츠 강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이로 인한 여파가 있을 수 있다. 이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도 게임 관련 법안들은 계속 발의될 것이다. 이 중에는 게이머들에게 직접적이고도 큰 영향을 끼칠 내용을 담은 개정안들도 많을 것이라 확신한다. 좋은 내용도 있고, 해가 되는 내용도 있을 것이다. 2024년이 게임 산업과 게이머 권익 보호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해였던 만큼, 2025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그래야 이러한 변화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더불어 게임 관련 정책과 법안은 더이상 게임사만의 문제가 아닌, 게이머 모두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22대 국회의 2025년 게임 정책 패치 노트 1.0 업데이트는 게이머들과 게임업계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길 바란다.
국회 이도경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