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바이든, 尹계엄에도 비난 자제… 원칙 없는 동맹 외교”

입력 2024-12-27 16:08 수정 2024-12-27 16:18
지난해 4월 방미 당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이스라엘 같은 파트너들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등 미국이 지지해 온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데도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26일(현지시간) NYT는 ‘바이든과 보좌관들은 미국의 목표를 훼손한 동맹국들에게 구애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을 악화되는 위험, 재정적 부담, 평판 손상에 노출시키는 불완전한 파트너들을 위한 완전하고 때로는 무조건적인 지원”을 바이든 외교정책의 특징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예를 들었다. 하나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다. NYT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치명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공개 지지는 미국과 전 세계 여론 측면에서 특히 큰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이 거론됐다. NYT는 “이번 달에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또 다른 동맹 지도자인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 행동을 상기시켰는데도 바이든 행정부는 우려를 표명했을 뿐 비난을 자제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계엄 사태 이후 미 국무부 등이 보여준 반응을 한국 국민들의 저항에 대한 이례적이고 단호한 지지로 해석했지만 NYT는 미 정부가 보다 직접적으로 계엄을 비판했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국빈 만찬에 윤 대통령을 초청해 환대했으며, 자신이 애착을 가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3차 회의 주최국으로 한국을 선택하는 등 윤 대통령에 공을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스라엘,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UAE(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에서 지도자들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을 때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깜짝 놀랐지만, 그 지도자들이 미국의 정책 제안과 외교적 노력을 거부했을 때도 침묵을 지켰다면서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 이란, 북한, 특히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파트너들을 소외시킬 수 없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선택을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NYT는 원칙보다 파트너십을 앞세운 바이든 정부의 동맹 외교는 오히려 미국의 힘과 위상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이스라엘 편에 섰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를 설득해 일부 행동을 중재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엄격한 러시아 제재를 시행하지 않고, 인도와 걸프 아랍국가들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이 되는 러시아 석유를 계속 수입하는 것도 바이든 정부의 동맹 외교가 갖는 한계를 보여준다.

NYT는 바이든 정부가 추구한 파트너십은 “그들이 애초 그렸던 비전보다 더 취약하고 논쟁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트럼프 정부 시절의 새로운 도전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