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이민우에 26억 뜯은 방송작가…대법 “피해액 다시 판단”

입력 2024-12-27 15:10
대법원 전경

그룹 신화 출신 가수 이민우씨를 속여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2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방송작가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이씨에게 편취한 액수를 잘못 산정했다는 이유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방송작가 A씨에게 징역 9년과 추징금 26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이씨가 2019년 6월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자 “검찰 내부에 인맥이 있으니 무혐의 처분을 받도록 도와주겠다”며 그 대가로 A씨에게 16억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실제 검사들과 친분이 전혀 없었다.

그해 12월 검찰은 이씨 사건을 무혐의로 처분했고, A씨는 “돈 받은 검사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처분을 번복하려 한다”며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 이씨는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은 뒤 은행 통장과 비밀번호, 보안카드까지 넘겼다.

26개월에 걸쳐 총 26억여원을 건넨 이씨는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A씨를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을 선고하고 26억여원의 추징도 함께 명령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 정확한 피해 규모를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는 앞선 행위로 범행이 완성됐으므로 이후의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A씨가 검사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이씨를 기망해 대출을 받도록 한 뒤 대출금을 가로챈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성립했기 때문에 이씨의 다른 계좌를 거쳐 대출금을 자신 또는 불상의 계좌로 이체한 것은 사후적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시 A씨는 대출금이 입금된 이씨의 계좌에서 대출금 일부를 잔액이 0원이던 이씨의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이 돈은 이씨의 또 다른 계좌 4개를 거쳐 A씨의 계좌와 성명불상자 명의의 계좌로 각각 입금됐는데, 이 돈을 별도의 편취액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A씨가 이씨를 속여 대출을 받도록 했고, 검사에 청탁 또는 알선한다는 대가로 이를 취득해 이미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죄가 성립했다”며 “이미 취득한 대출금을 이씨의 다른 계좌를 거쳐 A씨나 다른 명의 계좌로 (일부) 이체했다고 해도 이씨에 대한 법익 침해가 추가되거나 새로운 법익 침해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