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추락, 러 미사일 때문”… 아제르 예비조사 결과

입력 2024-12-27 14:06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잔해가 2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악타우 공항 인근에 남겨져 있다. AP연합뉴스

여객기 추락 사고에 대한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예비 조사에서 러시아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예비 조사에서 추락한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아제르바이잔 관리 4명이 말했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의 한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 시스템에 의해 타격을 받았으며, 그로즈니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전자전 시스템에 의해 통신이 마비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아무도 그것이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진 않았다”면서 “그러나 확립된 사실들을 고려할 때, 바쿠(아제르바이잔의 수도)는 러시아 측이 여객기 추락 사건에 대해 자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예비 조사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해당 여객기를 자국 영공으로부터 우회시키고 GPS를 교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이런 보도들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는 전날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출발, 러시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항로를 변경했고 카스피해 동쪽으로 건너간 뒤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 67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러시아 오인 격추설은 사고 직후부터 제기됐다. 여객기가 지나던 러시아 북캅카스 상공은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됐던 지역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밤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고, 여객기 추락이 발생하기 3시간 전에도 우크라이나 드론 1대가 그로즈니 서쪽 블라디캅카스 상공에서 격추됐다.

미국 등은 당시 그로즈니에서 러시아 방공망이 작동 중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도 사고 여객기 꼬리 부분에 구멍이 여럿 난 것을 들어 미사일이나 방공 시스템 작동의 결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추락한 여객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러시아 국영방송 RT와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하강을 두 번 시도했지만 두 번 다 다시 상승했고, 세 번째 하강 시도 시에 자신과 다른 승객들이 객실 밖에서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기체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미사일 격추설이 확산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섣부른 추측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현재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론이 나오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항공 당국은 사고 여객기가 비행 중 새 떼와 충돌해 추락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객기 추락지인 카자흐스탄도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사건 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카나트 보짐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모두 특정 정부(아제르바이잔) 소식통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러시아나 아제르바이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정보를 얻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