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을 ‘보물’로…쓰레기 산을 자원 창고로 쓰는 기업들

입력 2024-12-29 10:00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철강업계와 배터리 업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폐자원의 순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확산 중이다. 환경 보호는 물론 비용 절감과 자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2050년 탄소중립을 앞두고 철스크랩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쇠 부스러기나 고철을 뜻하는 철 스크랩(Scrap)은 기계 및 자동차 등 철강이 필요한 산업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철스크랩을 전기로를 이용해 철을 만들 때 핵심 원료로 쓰이는데, 철스크랩을 재활용하는 전기로 방식은 철광석을 고로(용광로)에 녹이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70~80% 줄일 수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증가세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철스크랩 시장 규모는 올해 4208억3000만 달러(약 617조4417억원)에서 오는 2032년에는 5687억6000만 달러(약 834조4846억원)으로 약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업계도 철스크랩을 사용하는 전기로를 확장하는 추세다. 현대제철은 2030년까지 철 스크랩 전기로를 확대해 탄소 배출량을 2023년 대비 12% 감축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6000억원을 들여 광양제철소에 2025년까지 연산 250만t 규모의 관련 전기로를 신설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역시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니켈, 코발트, 리튬 등 핵심 광물을 회수하는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폐배터리의 재활용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전문 리사이클링 기업과 협력해 원자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SNE리서치의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BEV·PHEV) 폐차 대수는 연평균 33% 증가해 오는 2030년에는 411만대, 2040년에는 4222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조사됐다. 폐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사용 후 배터리도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은 2030년 338기가와트시(GWh), 2040년에는 그보다 10배 가량인 3339기가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SNE리서치는 이를 재활용한 시장 규모가 2089억 달러(306조4563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폐자원 재활용 노력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망 확보와 비용 절감, 그리고 ESG 경영 강화라는 경영적 관점에서도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