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남녀부 선두 싸움… ‘독주 체제’ 현대캐피탈, 위기의 흥국생명

입력 2024-12-26 17:23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김연경(왼쪽)과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허수봉.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V리그 남녀부 선두 싸움 양상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남자부에선 현대캐피탈이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제압하고 독주 체제를 형성한 가운데, 개막 14연승으로 1위를 달리던 흥국생명은 최근 3연패를 당하며 어느새 현대건설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26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승점 43(15승2패)을 쌓아 2위(승점 35·11승6패) 대한항공을 8점 차로 따돌렸다. 전날 열린 ‘성탄절 빅 매치’에서 대한항공에 셧아웃 패배를 안기며 제대로 기세를 잡았다.

시즌 초반 예측됐던 양강 구도는 이미 균열 난 상태다. 대한항공이 주포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주전 선수들의 부상 악재를 털어내지 못한 반면, 현대캐피탈은 부상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아시아쿼터 선수 덩 신펑이 최근 어깨 부상으로 선발에서 빠졌지만 전력 누수는 느껴지지 않았다.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는 ‘레오-허수봉 쌍포’ 덕분이다. 전날 대한항공전에서 ‘트리플 크라운’(후위공격 4개, 서브 3개, 블로킹 3개)을 달성하며 13점을 따낸 허수봉은 승부처마다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의 선봉에 섰다. 레오도 공격성공률 64%에 양 팀 최다인 19점으로 막강 화력을 과시했다.

반면 여자부 1위(승점 40·14승3패)를 달리던 흥국생명은 곧 선두 자리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2위(승점 40·13승4패) 현대건설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투트쿠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탓이다. 지난 17일 정관장전부터 3경기 내리 지면서 팀 분위기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직전 한국도로공사전에선 투트쿠뿐 아니라 아시아쿼터 선수 피치까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높이에서 크게 밀렸다.

이 틈을 탄 현대건설은 차분히 승점을 쌓아나가고 있다. 주포 모마와 베테랑 양효진 등 선수들이 고루 제 몫을 해내고 있으며, 올 시즌엔 이다현까지 ‘커리어 하이’를 찍을 기세다. 팀의 강점인 조직력을 끌어올린 현대건설은 현재 득점 1위(1541점)에 최소 범실 1위(275개)를 달리고 있다.

위기에 몰린 흥국생명은 내달 올스타 브레이크가 반등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28일 최하위 GS칼텍스와 맞대결만 잘 버티면, 약 일주일간 V리그가 중단돼 대체 외인 선수 투입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아포짓으로 대체 선수 후보를 압축한 흥국생명은 현재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