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검찰이 부동산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주석(대표)에게 징역 28년 6월형을 구형했다.
26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타이베이지방검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타이베이 시내 쇼핑센터 징화청의 용적률 상향을 대가로 뇌물을 받고 지난 1월 총통 선거 당시 정치헌금을 불법 전용한 혐의 등으로 커 주석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커 주석이 받은 뇌물이 총 1710만 대만달러(약 7억6000만원)라며 징역 28년 6월을 구형했다고 전했다.
커 주석이 유죄를 선고받으면 퇴임한 타이베이 시장 가운데 부패 혐의로 형사 처벌받는 첫 사례다. 타이베이 지방법원은 지난 9월 커 주석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민중당 황궈창 의원은 이날 “검찰이 친여당 언론과 한통속이 돼 공상소설 같은 이야기를 지어냈다. 4개월간 구속수사를 하면서 기본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등 기소 내용이 부실해 반박할 가치도 없다”면서 “민중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난했다.
의사출신으로 국립대만대병원 응급의학센터장을 지낸 커 주석은 2014년 타이베이 시장에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2018년 연임에 성공하는 등 집권 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의 양당 구도를 깰 인물로 주목받았다.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도 26.4%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커 주석이 창당한 민중당은 입법원에서 113석 가운데 국민당(52석)과 민진당(51석)에 이어 8석을 차지한 제3당이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고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