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오겜2’, 인간은 선한 본성을 가졌는가 묻다

입력 2024-12-26 17:10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사진. 넷플릭스 제공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집단 지성의 결과물은 민주적이며, 합리적인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오징어 게임2)는 진지하고 가혹한 질문을 던진다.

‘오징어 게임2’가 26일 드디어 공개됐다. 2021년 추석 연휴 공개돼 전무후무한 K콘텐츠 기록을 세운 지 3년여 만이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기대를 안고 베일을 벗은 시즌2엔 지난 시즌 활약한 주인공 기훈(이정재)과 프론트맨(이병헌)에 더해 새로운 인물들이 다양한 설정으로 등장해 또 한 번의 생존 경쟁을 펼친다.

지난 서바이벌에서 우승해 456억원이라는 거액을 손에 넣은 기훈은 절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잔인한 게임을 멈추려 한다. 직접 게임에 뛰어든 프론트맨은 기훈의 의지를 계속해서 시험한다. 시즌1이 게임에서 우승하기 위핸 인물들의 분투였다면 시즌2는 ‘과연 이 게임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다.

기훈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프론트맨은 악한 본성을 상징한다. 기훈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제한 시간 내 통과하지만 총에 맞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다른 참가자를 구하기 위해 다시 운동장에 뛰어든다. 반면, 프론트맨은 짝짓기 게임 도중 자신과 동료를 살리기 위해 다른 참가자의 목숨을 끊어버린다.

시즌2에선 모든 게임이 마무리될 때마다 생존자들을 모아놓고 게임 속행과 중단을 다수결 공개 투표로 결정한다. 게임 관리자는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모든 투표가 자유롭지도, 그 결과가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점에서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황동혁 감독은 이번 시즌 공개를 앞두고 가진 제작발표회에서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차별점을 설명하며 “시즌1에 잠깐 소개됐던 찬반투표가 시즌2에서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며 “전 세계의 투표와 관련한 현실을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게임의 구성은 시즌1처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한다. 두 번째 게임은 딱지치기와 비석 치기, 공기놀이, 팽이, 제기차기 등을 한꺼번에 녹인 5인 6각 운동장 돌기, 세 번째 게임은 짝짓기 게임이다. 1970~90년대 동네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한 번쯤 해본 놀이들이다.

이번에도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총살 등의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데 화면은 지난 시즌보다 자극적이다. 5인 6각 게임을 진행할 땐 참가자들이 다함께 응원하는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의 분위기를 불어넣기도 하지만, 탈락자들을 총살하고 난 후 피 웅덩이가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다음 참가자들의 게임을 이어 나가는 모습으로 기괴함을 더했다.

마약, 임신부, 가상화폐 등의 설정이 더해졌다.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영업사원 양복남(공유)의 배경과 프론트맨의 사연, 북한 군인 출신인 노을(박규영)의 서사 등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알록달록한 벽 너머 일꾼과 병정, 관리자의 삶이 더 자세히 묘사된 점도 눈길을 끈다.

시즌1이 게임 참가자들끼리의 싸움이었다면 이번엔 참가자와 관리자, 그 너머의 주최 측과의 대결로 구도가 바뀌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다만 이야기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구간에서 끝난다.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시즌3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즌2와 함께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시즌3는 내년에 공개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