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활약에도 산더미 과제… 빛과 어둠 남긴 韓체육

입력 2024-12-26 16:54
임시현(맨 왼쪽)과 김우진이 지난 8월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채 밝게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안세영이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고 귀국한 뒤 기자회견하는 모습. 윤웅, 권현구 기자

2024년 한국 스포츠에는 미래를 밝힐 빛과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했다. ‘활·총·칼’의 활약을 앞세운 한국은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따내는 눈부신 성과를 냈으나, 배드민턴 안세영(삼성생명)의 작심 발언 이후 체육계의 각종 병폐가 수면에 떠올랐다.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체육계를 이끌 수장을 뽑는 일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태극전사들이 파리올림픽에서 보여준 투혼은 희망 그 자체였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 인원(144명)을 파견했지만 반전을 썼다. 임시현(한국체대)과 김우진(청주시청)이 3관왕에 오른 ‘효자 종목’ 양궁은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쓸었다. 반효진(대구체고), 오예진(IBK기업은행), 양지인(한국체대) 등 2000년대생 사격 선수들이 금빛 총성을 울렸다. 대선배들의 그늘을 벗어난 오상욱(대전시청)은 한국 최초의 올림픽 펜싱 2관왕이 됐다.

프로 스포츠에도 순풍이 불었다.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린 프로야구는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울산 HD가 K리그1 3연패를 이룬 프로축구는 2년 연속 300만 유료관중을 달성했다. 팬들은 김도영(야구), 양민혁(축구) 등 차세대 스타가 될 특급 유망주의 등장에 환호했다.

그러나 잡음도 많았다.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4강 탈락, 올림픽 출전 실패로 아픔을 맛봤다. 선수단 내부 갈등에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사태까지 겪었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자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안세영은 부상 관리, 훈련 방식 등 대표팀 내 낡은 관행을 폭로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이를 계기로 체육계 전체가 격랑에 휩싸였다.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을 비롯해 정몽규 축구협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향한 비판이 빗발쳤다. 정부 차원의 조사를 거쳐 체육계의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로 이어졌다.

차기 체육회장과 축구·배드민턴협회장 선거는 모두 경선으로 치러진다. 체육계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반영돼 다수가 선거에 뛰어든 모양새다. 특히 체육회장 선거는 역대 최다인 6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강신욱 후보(단국대 명예교수)는 26일 “반드시 승리해 체육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전 대한탁구협회장)는 “한국 체육의 해결사 역할을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강태선 후보(서울시체육회장)는 체육연금제도 신설 등 공약을 담은 정책 영상을 발표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