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12년, 바다를 지킨 기록의 탄생

입력 2024-12-26 16:45 수정 2024-12-26 17:06
Black Tides 검은 재앙 표지 일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오염 사고는 국내 최대의 해양오염 사건으로 기록됐다. 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고,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주민 피해는 심각했다. 이를 복원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은 12년간 노력하며 환경영향 조사와 복원 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그 결과물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2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따르면 최근 발간한 ‘Black Tides 검은 재앙’은 2007년 사고 발생부터 2019년까지 이어진 유류 오염 조사와 복원 기술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전문 도서다. 단순한 보고서를 넘어 과학자들의 치열한 현장 조사와 복원 과정을 담아냈다.

2007년 12월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을 이동 중이던 삼성예인선단이 태안 앞바다에서 정박 중이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하며 대규모 기름 유출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태안 주민들은 심각한 물질적·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며, 지역 생태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KIOST 연구진은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현장 조사를 시작하고 복원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 책은 사고 당시의 대응 기록, 연구를 통해 얻은 핵심 결과, 그리고 복원 지침으로 구성됐다. 특히 유류 오염 연구는 국내외에서 보기 드문 분야로, 이번 도서는 관련 연구와 복원 노력의 소중한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의 대표 필진인 임운혁과 심원준 연구원은 이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임 박사는 서울대에서 해양학 박사학위를 받고, 2005년부터 KIOST에서 근무하며 석유문명과 해양환경 복원을 연구해 왔다. 심 박사는 서울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20여년간 유류 오염과 미세플라스틱 연구를 수행하며 200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책으로 정리된 KIOST 연구진의 기록은 유류 오염 사고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보여주며, 복원 과정에서의 과학적 방법론과 도전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해양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다시는 이런 사고를 반복하지 말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희승 원장은 “이 책은 단순한 연구 결과물이 아니라, 바다를 지키려는 과학자들의 헌신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기록”이라며, “세계가 해양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