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재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 산하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산하의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하나로 합쳐지는 ‘통합 LCC’ 탄생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LCC 간에도 추가 통합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병을 마무리하면 산하 항공사인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통합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LCC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3사의 통합 운영이 바람직하다”며 “구체적 일정과 계획은 향후 LCC 3사가 상호 협의해 수립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3사가 합쳐진 통합 LCC가 출범하면 항공업계엔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3사의 항공기 대수를 합치면 58대로 현재 1위 제주항공 41대보다 많다. 통합 매출도 지난해 3사 기준 2조4785억원으로 제주항공보다 약 7000억원 많다. ‘통합 LCC’가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난관이 예상된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이 100% 자회사인 것과 달리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41.89%를, 부산시와 부산상공계가 16.07%를 보유 중이다. 부산지역에선 거점 항공사를 지키기 위해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어부산은 항공업계에선 매력적인 매물이다. 에어부산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7578억원, 영업이익 1265억원을 기록했다.
항공업계에선 이스타항공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상태다. 업계에선 VIG가 시장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현시점이 매각 적기라고 판단해 정상궤도에 오른 이스타항공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 회사가 시장에 나오면 업계 1위 제주항공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7월 사내에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간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인수합병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에 매력적인 매물은 에어부산이라고 본다. 겹치는 노선이 적고, 김해공항이라는 거점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2020년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2대 주주로 오른 대명소노그룹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두 회사의 경영권을 모두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만일 두 회사의 경영권을 갖게 되면 유럽과 미주 노선 노선을 거느린 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항공업계에선 ‘제2의 아시아나항공’의 탄생을 의미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LCC 재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어떤 항공사가 매물로 나오든 시장의 관심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