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뜻에 무조건 따른다’는 전북 전주 한 폭력 조직의 행동 강령이 법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26일 전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부장 판사 김도형) 판결문에 따르면 1980년대 유흥 업소에서 일하던 이들 여럿이 모여 전주를 기반으로 결성한 A 조직은 ‘조직원 간 친목을 도모하고 상호 이익을 위한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행동 강령을 만들었다. 강령에는 ‘선배를 하늘과 같이 안다’ ‘직계 선배에게는 허리를 45도로, 차상급자에게는 90도로 숙여 인사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뿐 아니라 조직원들은 ‘유사시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서라도 상대 조직을 제압, 폭력계의 주도권을 잡는다’라는 암묵적 규칙도 숙지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사건도 이 때문에 발생했다. A 조직 구성원 B씨(31)는 2021년 7월 전주 시내 한 카페 앞을 걷다 다른 조직 C씨 일행이 자신을 향해 “저 사람 문신 좀 보라”며 쑥덕거리는 것을 듣고 다가갔다가 시비가 붙었다.
시비가 격해지자 C씨는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분개한 B씨는 부하 조직원에게 “애들을 불러오라”라고 지시, 6명을 모아 카페 앞으로 가 C씨를 에워싸고 고성을 지르며 겁을 주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다만 유동 인구가 많은 카페 앞인 데다 C씨가 다른 조직 구성원임을 알게 된 B씨가 조직 간 패싸움으로 번질 것을 우려,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고 해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싸움을 벌이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위력 과시 자체로도 위험성이 크다며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범행에 가담한 다른 조직원 2명에게 징역 1년과 징역 1년·집행 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 단체는 폭력성과 집단성 때문에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도 “다만 A씨 등은 위력 과시 외에 폭력을 저지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