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에게는 묻는 말에만 대답한다. 선배 말에는 무조건 복종한다.’
단순 시비 끝에 재판에 넘겨진 전북 전주지역 폭력조직원들에 대한 판결문에서 해당 조직의 구체적 행동 강령이 드러났다.
26일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의 판결문에 따르면 전주를 기반으로 한 A폭력조직은 1980년대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던 이들이 모여 결성했다.
A조직은 ‘조직원 간 친목을 도모하고 상호 이익을 위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모두가 지켜야 할 행동 강령도 만들었다.
세부적으로 ‘선배를 하늘과 같이 안다’ ‘선배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직계 선배에게는 허리를 45도 굽혀 인사하고, 차상급자에게는 90도로 숙여 인사하며 예의를 갖춘다’ 등이 포함됐다.
조직원들은 시내 호텔 등을 배회하면서 ‘유사시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서라도 상대 조직을 제압해 주도권을 잡는다’는 암묵적인 규칙도 숙지하고 있었다.
사건도 이 규칙 때문에 발생했다.
이 조직의 조직원인 B씨(31)는 다른 조직의 행동대원과 시비 끝에 얼굴을 한 차례 맞자 6명의 조직원을 불러 상대를 에워쌌다. 다행히 큰 폭력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고성이 오갔다.
결국 B씨 등 3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2명에게도 징역 1년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단체는 폭력성이나 집단성 때문에 그 자체로도 위험성이 크다”면서 “뿐만 아니라 조직의 위세를 바탕으로 온갖 폭력 및 재산범죄를 저지를 경우 선량한 다수의 시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상대와 적극적으로 대치한 시간이 길지 않고 위력 과시 외에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