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등을 튀기고 남은 찌꺼기를 플라스틱 쓰레기통 등에 그냥 버릴 경우 잔열이 산화·축적되며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대전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을 규명하기 위해 대전소방본부와 2차례에 걸쳐 합동 화재 재현실험을 실시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치킨집 등 지역 내 튀김요리 업소에서 발생한 13건의 화재 현장은 대부분 튀김찌꺼기 주변이 심하게 불에 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튀김찌꺼기에 의한 자연발화로 의심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대전청 과학수사계 화재감식팀은 피해 당시 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만든 뒤 시 소방본부 화재조사팀과 함께 2차례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먼저 치킨집에서 수차례 사용한 기름·튀김찌꺼기를 확보한 뒤 온도변화를 기록하는 장치인 ‘데이터로거’와 열전대를 이용해 온도를 측정했다. 이후 37ℓ 크기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통에 튀김찌꺼기를 3분의 1~2 정도 채운 뒤 쓰레기통을 나무판 위에 올리고 뚜껑을 열어뒀다.
실험 결과 약 1시간30분만에 화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튀김찌꺼기에 있는 기름성분과 산소가 만나 열기가 축적되고 온도가 상승하면서 불꽃없이 연기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튀김찌꺼기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가 열에 의해 변형되면서 용기 바닥부분부터 근처까지 열이 확산되며 불이 붙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과거 화재 현장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흔적이 발견됐던 만큼 튀김찌꺼기를 발화원으로 추정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5월 서구의 한 일반음식점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튀김기 하부에 쌓였던 튀김찌꺼기 부분에서 자연발화로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 1월 중구의 한 식당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튀김찌꺼기를 담아둔 플라스틱 쓰레기통에서 불이 난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경찰과 소방관계자들은 이번 실험 결과가 관련 산업계의 화재 예방대책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 관계자는 “대전시요식업협회에 관련 실험 내용을 보내 튀김요리 업주들에게 홍보해 달라는 협조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장성윤 대전청 형사과장은 “건조한 가을·겨울철 튀김찌꺼기에서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튀김요리 업소는 조리 후 튀김찌꺼기를 모아두지 말고 바로 폐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