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학원(설립자 장종현 목사) 교수들이 “기도와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12박 13일의 영성수련회에 돌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신학교에서 교수들이 보름 가까이 합숙하며 영성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성탄절 다음 날인 26일, 영하 6도의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충남 천안 백석연수원 강당은 기도 소리로 가득 찼다. 곽인섭 백석대학교 대학원 교목실장의 낮은 기도 소리에 따라 80여명의 교수들은 손을 맞잡거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탄식하는 소리, 떨리는 음성으로 읊조리는 기도가 이어지더니 곧 찬송 소리가 강당을 채웠다.
백석학원 산하 3개 대학의 기독교학부 교수와 목사 교수들이 참여하는 이번 수련회는 신학 교육의 본질 회복과 목회자 양성의 사명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지난 23일 시작한 이번 수련회는 장소와 일정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교수들은 성탄절을 가족과 보내는 대신 산골짜기 연수원에서 기도로 보냈다. 송구영신예배와 새해 첫날도 모두 이곳에서 맞이한다. 폐회는 다음달 4일이다.
이경직 백석대 기획산학부총장은 “산골짜기에서 맞는 성탄절과 새해가 처음이라 낯설지만, 기도와 말씀으로 새해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를 기획한 박찬호 백석정신아카데미 부총재는 “성탄절과 새해를 말씀과 기도로 채우는 경험은 교수들의 영성을 단단히 세우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 시간이 한국교회와 목회자 양성의 새로운 부흥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르치는 자가 먼저 실천하라”
26일 오전 강의에서 김인중 안산동산교회 원로목사는 지도자가 지녀야 할 책임감을 강조했다. 김 원로목사는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가르치는 사람은 먼저 가르친 내용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경 말씀대로 살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전에 교수들부터 스스로 본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성수련회는 새벽예배, 아침예배, 저녁예배로 하루가 채워진다. 낮에는 개인 경건 시간과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교수들 간의 사역 방향성과 기도 제목을 나누며 영적 성숙을 도모한다. 자율적으로 금식에 참여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이날 4일째 금식을 진행 중인 용환규 기독교학부 교수는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말씀과 기도 외에는 올바른 신학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며 “교수로서 먼저 하나님 앞에 새로워 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금식하며 온전히 기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석학원은 예장백석(총회장 이규환 목사) 교단과 긴밀히 협력하며 신학적 풍조를 공유한다. 특히 교단 설립자 장종현 총장의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가르침을 따라 ‘기도성령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예장백석과 백석학원은 이번 교수 영성수련회를 시작으로 2024년을 기도로 연다. 기도성령운동은 다음 달 열리는 목회자 부부 영성대회, 장로 부부 영성수련회로 이어진다. 2월에는 신학대학원 신입생 입학 전 영성수련회와 졸업생 영성수련회가 열린다.
천안=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