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과 홈쇼핑업계가 해묵은 규제와 적자 지속에 곡소리를 내고 있다. 유통가에서는 임차료로 신음하는 면세점이 송출수수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홈쇼핑업계와 ‘닮은꼴’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최근 면세점 활성화를 위해 해외서 휴대 반입하는 면세 주류의 병 수 제한을 풀고, 특허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쇼핑 규제 개선 등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을 주제로 한 외부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그러나 지속되는 실효성 논란과 더불어 연말 정국 불안까지 겹치며 잡음이 불가피해 보인다.
2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면세점 특허수수료 총액은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3일 정부가 발표한 수수료율 50% 인하를 적용한 금액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면세점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특허수수료 제도 초기에는 매장 ‘면적’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가 부과됐으나 지난 2014년 이후 ‘매출액’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당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던 대기업 중심의 면세점들이 큰 이익을 누리자 세금으로 환원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면세점들은 최근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절반의 수수료율마저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분기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등 주요 4개사는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3분기 외국인 면세점 방문객은 2019년 동기의 절반 수준인 692만명에 그쳤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4월 ‘2024년 킬러·민생규제 개선과제’를 정부에 전달하면서 면적 또는 영업이익으로 부과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면세업계는 특허수수료 절감으로 숨통이 트일 것을 기대하지만 일각에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법인세, 기타세금에 더해 특허권에 대한 수수료를 내게 하는 건 ‘이중과세’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요원한 송출수수료 협상에 홈쇼핑업계도 울상이다. TV 시청인구 감소에 지난해 국내 홈쇼핑 7개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3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9% 줄었고,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14개 중 11개 사업자가 적자를 기록했다.
이날 유료방송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CJ온스타일의 ‘블랙아웃’ 사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케이블TV 3사와 CJ온스타일에 방송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을 예고하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받았다.
과기정통부는 양측이 홈쇼핑 재승인 및 유료방송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등 방송법을 위반했다고 본다. 이에 시정명령 사업자들에게 사전 통지를 하면서 홈쇼핑 방송 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적인 송출 수수료 갈등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가검증협의체를 운영, 홈쇼핑사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계약 공정성을 심의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현 구조상 곪을 대로 곪은 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기엔 어렵다는 여론이 주요하다.
정부가 지난 10월 전후로 공언한 홈쇼핑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했던 홈쇼핑 업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는 외부 연구 용역을 통해 객관적인 시장 파급 효과를 점검한 후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