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사를 위해 출석하라고 요구한 시간에 나오지 않았다. 공수처는 일단 윤 대통령의 출석을 더 기다려본다는 입장이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게 이날 오전 10시까지 정부과천청사에 출석해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20분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수처는 우선 시간을 정해두지 않되 윤 대통령을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사는 오전 10시로 정해져 있지만 저희는 시간을 좀 더 늘려서 기다린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임검사로 출석요구서를 보낸 차정현 부장검사가 공수처 청사에서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공수처는 조사 전인 만큼 정확한 질문지 분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날 오전 10시 출석을 전제로 종일 조사가 이뤄질 만큼 상당한 양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1시간 넘게 조사받은 바 있다. 당시 두 명의 부장검사가 번갈아가며 조사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청사 내외부는 별다른 인력 배치 없이 다소 휑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불출석이 유력한 상황에서 공수처와 대통령경호처 사이 구체적인 경호 방안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8일 조사받으라는 요구에 윤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이날 출석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전날 “출석하기 어렵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다”며 사실상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수사보다 우선이란 게 윤 대통령 측 입장이다. 수사기관과의 문답이 아닌 공개 법정인 탄핵심판 절차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 구성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아직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도 내지 않은 상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