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판매업자에게 대리 수술을 시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의사가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성복 부장판사)는 최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과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병원장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또 1심과 같이 2억9550만원을 추징했다.
A씨와 공모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함께 기소된 같은 병원 행정원장 B씨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2억9550만원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지는 의료인으로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자로 하여금 수술에 참여해 일부 진료보조행위를 수행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품 공급업자 및 의료기기 판매업자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취했고 그와 같이 취득한 경제적 이익이 적지 않다”며 “의약품 판매를 촉진해 줄 것을 조건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함으로써 의약품 유통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대리수술 행위 일부와 사기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라고 판단해 A씨를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병원의 원장으로 일하던 A씨는 2015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32회에 걸쳐 해당 병원에 제품을 납품하는 의료기기 판매업자에게 인공 관절 반치환 수술, 무릎 인공관절 치환 수술 등 32회 의료행위를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수사가 이뤄지던 2019년 7월 이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40대 남성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 A씨는 환자로부터 수술비로 3억2000여만원을 챙기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도 요양급여비용으로 23회에 걸쳐 9530여만원을 편취해 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병원 행정원장 B씨와 함께 의료기기 판매업체 3곳으로부터 5억9000여만원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돌려받고, 병원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특히 B씨의 경우 과거 사기죄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는데, 누범 기간 중 이러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공소사실 중 일부 대리수술 행위는 무죄로 봤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