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일(탄생일)이라 세계 만국에 큰 명절이니.”
독립신문은 1896년 12월 24일자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성탄절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일 조선 인민들도 마음에 빌기를”이라며 “나라 운수가 영원하며 조선 전국이 화평하고 인민들이 무병하고 부요하게 되기를 하나님께 정성으로 빌기를 우리는 바라노라”고 전했다.
1896년 4월 7일 창간한 독립신문은 송재 서재필(1864~1951·아래 사진) 선생을 중심으로 일부 조정의 지원을 받아 발행된 최초의 민간 한글신문이다. 독립신문은 1899년 12월 폐간에 이르기까지 일반 대중이 자주독립 의식과 애국심을 기르고 민주주의와 개화사상을 고취하도록 돕는 데 앞장섰다. 대한민국은 독립신문 창간일인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독립신문은 특히 한민족 역사에서 최초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매체였다. 국내 성탄절 문화는 140여년 전 조선 땅에 복음이 들어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독립신문은 이 같은 흐름을 발 빠르게 포착해 기사로 담아냈다.
독립신문은 1897년 12월 23일자 신문에 크리스마스를 1년 중 가장 중요한 절기라고 소개하면서 그다음 발행일을 쉴 것이라고도 선포했다. 신문은 “요다음 토요일(26일)은 예수 그리스도 탄일(탄생일)이라 세계 만국이 이날을 1년에 제일가는 명일로 여긴다”면서 “이날은 사람마다 직업을 쉬고 명일로 지내는데, 우리 신문도 그날은 출판 아니 할 터이요 이십 팔일에 다시 출판할 터인즉 그리들 아시오”라고 밝혔다.
조선에 온 해외 선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교환하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았다. 1897년 12월 28일자에선 배재학당 학생들이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이 묘사됐다. 미국 북감리회 소속 헨리 G 아펜젤러(1858~1902) 선교사의 예배 현장 모습도 기사에 담겼다.
독립신문은 같은 날 지면 하단 논설란을 통해 독자들을 향해 축복하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읽기 어려운 국한문 혼용체를 오늘날의 문체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의 탄생일이 되면 사람들은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대한제국에 대해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내년에는 우리나라 대한제국이 더 발전하고 문명화돼 법과 제도가 명확히 자리 잡고, 부정한 일을 저지르며 법을 어기고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자들은 사라져 다시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기를 기원합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