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탓에 올해 백화점 3사의 의류 매출이 기대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 유독 길었던 무더위의 영향으로 간절기 아이템과 겨울옷 모두 판매량이 저조했다. 일각에선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하며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날씨를 미리 알 수는 없는 만큼 이런 전략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백화점 3사의 총합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488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053억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65억이 오히려 빠졌다. 경기침체, 고물가 등 요인이 실적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날씨로 인한 타격은 변수였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11월까지도 사람들이 반팔을 입는 등 폭염이 이어지면서 간절기 의류 판매가 부진했다. 백화점 3사는 ‘역대급 한파’가 예고된다며 지난 10월부터 할인전을 펼치는 등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지만, 예측이 적중하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겨울 아우터 매출은 오르는 추세다. 의류는 백화점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업계 최초로 주요 패션 협력사 15개사와 한국패션산업협회, 현대백화점 패션 바이어 20여명으로 구성된 ‘기후변화 TF’를 출범했다고 24일 밝혔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사계절 구분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시즌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선제적으로 판매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백화점에선 봄은 1월, 여름은 3월, 가을은 7월, 겨울은 9월부터 해당 계절에 맞는 아이템이 입고되고, 그에 맞춰 시즌별 세일 시점도 정해진다.
현대백화점은 특히 여름 시즌을 세분화해 생산·판로·프로모션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협력사는 냉감 소재를 적용한 기능성 의류나 간절기 상품 등 세부 시점 주력 아이템 물량을 늘리고, 현대백화점은 프로모션 및 특별 마진 할인이나 대형 행사 전개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기존처럼 할인전이나 기획전 등 행사 기간을 날씨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해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날씨를 미리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선제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물량을 정교하게 조절하거나 프로모션 시점을 정확하게 정하려면 매년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해야 하는데 당장 내일 날씨도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대한 발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