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가도를 달리는 K뷰티 기업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K콘텐츠의 확산으로 K뷰티 제품 인지도가 높아졌고 한국 화장품의 기술력과 고급스러운 포장, 합리적인 가격에 글로벌 소비자들을 매료시킨 결과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글로벌 뷰티 기업과 자본에 의해 인수합병(M&A) 되면서 세계 시장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그룹은 전날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지’를 인수했다. 닥터지를 탄생시킨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자회사로 둔 스위스 유통그룹 미그로스와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03년 피부과 전문의 안건영 박사가 창업한 회사로 닥터지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에 미그로스그룹의 화장품원료 자회사 마벨AG에 지분 51%를 매각했다. 그 해 992억원이었던 회사 매출은 지난해 1984억원까지 치솟았다. 안 박사는 매각 이후에도 명예회장이자 R&D(연구·개발) 관련 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닥터지는 로레알그룹에 합류해 증가하는 K뷰티에 대한 수요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스킨케어 제품 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알렉시 페라키스 발라 로레알 그룹 컨슈머 코스메틱 사업부 글로벌 대표는 “피부과 전문의가 개발해 민감한 피부에도 적합한 고성능 해법을 제공하는 닥터지는 로레알의 스킨케어 포트폴리오를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로레알그룹은 2018년에도 6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화장품 기업 3CE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바 있다. 총 37개의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로레알그룹의 이번 인수로 K뷰티에 대한 글로벌 업계의 높은 관심을 입증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해외 자본에 의한 K뷰티 기업 M&A는 15건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가 ‘메디필’ 브랜드를 보유한 스킨이데아를 약 1000억원에 인수했고 8월에는 프랑스계 PEF 운용사 아키메드가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제이시스메디칼을 약 9100억원에 가져갔다. 최근에는 영국계 PEF 운용사 CVC캐피털이 서린컴퍼니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서린컴퍼니 매출액은 2020년 364억원에서 지난해 1156억원으로 급상승했고 매각 예상가는 8000억원 수준이다.
국내 뷰티업계 양대 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유망 중소 업체들을 인수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를 인수했고 2022년 9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브랜드 ‘타타하퍼’를 품었다. LG생활건강도 2022년 미국 색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을 사들였고, 지난해 9월에는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는 국내 색조 브랜드 ‘힌스’를 인수했다.
당분간 K뷰티 M&A 시장엔 활기가 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뷰티 브랜드는 립밤과 립마스크, 오일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혁신성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소비자의 피부 타입과 요구에 맞춘 맞춤형 스킨케어 제품, 자연 성분을 강조한 친환경 제품 등을 선보이며 해외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외국계 자금이 공격적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활발한 M&A는 한국 화장품의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하는 기본 요소”라며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인디 브랜드가 지속 성장하려면 ‘브랜드 군단’ 로레알처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기업이 출현해 메인 시장인 오프라인 채널에 유통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