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양심적으로 사형 재개 허용 할 수 없다”…사형수 37명 감형

입력 2024-12-24 16:31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 사형수에 대한 대대적 감형 조치에 나섰다. 적극적 사형제 찬성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사형 집행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40명의 연방 사형수 중 37명에 대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2018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를 난사해 11명을 살해한 로버트 바워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한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는 감형 명단에서 제외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 출마하며 연방 정부에서의 사형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의회에서 법제화엔 실패했고 바이든은 법무부에 사형 집행에 대한 유예 조치를 지시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올해 대선에서 당선되며 사형 집행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1기 임기를 시작한 뒤 약 20년간 중단된 사형 집행을 재개했다. 트럼프 1기 당시 4년간 13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 이 때문에 바이든은 사형제에 반대하는 의원들과 프란치스코 교황 등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퇴임 전 사형수들을 감형해주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NYT는 “미국 사형정보센터에 따르면 1973년 이후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 중 최소 200명이 무죄로 뒤집혔다. 대통령의 권한이 수감자의 생명을 구할 마지막 조치”라며 “바이든은 민주당으로부터 퇴임 전 사면권을 활용해달라는 압력에 직면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성명을 통해 “오해하지 말아달라. 살인자들을 규탄한다. 그들의 행위로 인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도 애도한다”면서도 “연방 차원에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걸 그 어느 때보다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심적으로 제가 물러난 뒤 새로운 행정부가 사형 집행을 재개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바이든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집권 2기 행정부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내정된 스티븐 청 트럼프 대선캠프 대변인은 “사형수들은 세계에서 가장 끔찍한 살인자 중 하나이며 바이든의 혐오스러운 결정은 피해자, 유가족들의 뺨을 때리는 짓”이라고 강조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