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고교 야구부를 응원해 주세요.” “우리 고장에 소아과 의원을 선물해주세요.” “반려견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를 조성해 주세요.”
전국 지자체가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하고 가운데 특정 사업에 기부를 받는 ‘지정기부 사업’도 적극 추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정기부’는 기부자가 기부금이 사용되기를 원하는 사업을 지정하여 기부하는 제도로 사용처나 목적을 정하지 않고 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일반기부’와 구분된다.
전국 지자체들은 지난 상반기부터 톡톡 튀는 지정기부 사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은 ‘영선고 야구부 지원’과 ‘저소득층 해외연수 보내주기 사업’ 등 2개를 선정, 지난주부터 모금을 시작했다고 24일 밝혔다.
영선고 야구부는 2023년 재창단된 팀으로 기부금은 각종 장비 구입과 운영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 고창군은 어려운 사정의 중‧고등 학생들에게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앞날창창’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각 사업의 목표액은 2000만원과 6000만원으로 1년간 모금할 예정”이라며 “사업이 이른 시일내에 매듭지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군민과 직원들로 부터 향후 사업을 제안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곡성군은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시즌2’ 사업을 펴고 있다. 군은 지난 1월 이 사업의 시즌1을 진행, 8월 말부터 전국 최초 소아과 출장 진료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댕댕이 힐링 쉼팡’과 ‘나도 제주오름 지킴이’ 등 2건을 지정기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댕댕이 힐링 쉼팡’은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위한 사업이고 ‘제주오름 지킴이’는 지역 대표 환경자원인 오름(작은 화산체)에 다목적 쉼터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경남 산청군은 청소년 관악합주단 후원 사업을 펴고 있고, 충남 청양군은 정산 초‧중‧고의 탁구부 응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지정기부 사업에 대한 호응이 날로 높아져 전체 고향사랑 기부액이 늘어나고 지자체 사업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선순환이 기대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에 따르면 현재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정기부 사업은 46개에 이른다. 또 9개는 이미 목표를 완료하고 사업을 종료했다.
충남 부여군은 지난 2일 ‘참전유공자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위해 시작, 20일도 되지 않아 목표액 8000만원을 달성해 사업을 마무리했다.
광주시 동구는 지정기부를 통해 존폐 기로에 있던 E.T(East Tigers) 야구단의 운영비를 조달하고 있다. 이 야구단은 전국 유일의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이다. 군은 지난 6월 사업을 시작해 목표액 8200만원 가운데 57.5%를 모았다.
전남 영암군은 공공 산후조리원 건립 모금에 나서 지난 8월 24년만에 소아청소년과를 열었다. 경남 하동군의 취약계층 목욕이용권 지원사업은 목표액(4000만원)의 99.7%를 달성중이다.
이밖에 서울시 은평구가 10월 시작한 ‘저소득 폐지 수집 어르신 식사권 제공사업’도 목표액인 1000만원을 넘겼다. 전남 목포시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준지 교육비 지원사업’을 펼쳐 2000만원을 기부 받았다.
한편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고향(지자체)에 기부하고 지자체는 이를 모아서 주민 복리에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액 1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되고, 3만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1인당 기부 상한액이 연간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높아진다.
고창=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