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강행하면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근거로 권한쟁의심판에 돌입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민주당이 제시했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해 한 권한대행 방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7월 이 직무대행에 대해 방통위 부위원장이 아닌 직무대행 지위로 탄핵을 추진했다. 한 권한대행을 권한대행이 아닌 국무총리 지위로 탄핵하려는 지금 상황과는 모순이라는 논리를 펴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에 나서기로 한 만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작성한 ‘이상인 탄핵안’을 중요한 반박 자료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바로 개시하겠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정족수에 대한 여야 입장은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기준’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을, 민주당은 ‘총리 탄핵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 찬성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당 뜻대로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여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등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는 민주당이 이 전 직무대행의 탄핵소추안에서 전개한 법리에 대해 사전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에서 “직무대행 당시 헌법과 법률 위배가 탄핵사유가 된다”고 전제한 점을 토대로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 의결 정족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총리 지위로 탄핵소추를 시도한 것은 이전 주장과 논리적으로 상충한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취지다.
민주당은 이 전 직무대행 탄핵소추안에서 “일반적으로 탄핵대상자가 직무집행을 할 때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가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며 “피소추자(이 전 직무대행)와 같은 직무대행자의 경우에는 직무대행할 당시의 헌법과 법률 위배가 탄핵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아가 직무대행자는 직무대행 직전의 헌법과 법률 위배 사유가 직무대행 시기의 직무집행에 계승될 경우 직무대행 직전의 헌법 및 법률 위배 사유도 탄핵사유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직무대행 전후에 이뤄진 헌법과 법률위반 사유는 모두 합해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고위직 공직자에 의한 헌법 침해로부터 헌법을 보호하는 탄핵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논리를 펼쳤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국회가 한 권한대행을 총리로서 탄핵한다면 이 직무대행 탄핵소추안 상정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헌법상 탄핵절차를 제멋대로 해석하더라도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 사무처는 이 부분에 대해 중심을 잡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직무대행 탄핵에 나선 최초의 사례인 이 전 직무대행 탄핵소추안은 중요한 법적 근거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해 민주당은 과거 판단과 지금 판단이 왜 다른지 스스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