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핵심 정책 예산 대거 삭감…역점사업 차질 우려

입력 2024-12-23 17:42

경기 고양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 예산 대부분을 고양시의회가 대규모 삭감해 내년도 주요 사업 추진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양시의회는 지난 20일 열린 제290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시가 제출한 3조3405억원 규모의 2025년도 세출예산안 중 201억원을 삭감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전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삭감된 예산의 대부분은 고양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 예산으로 알려졌다. 주요 삭감 내역을 살펴보면,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예산 5억원이 네 번째로 삭감됐다.

이 계획은 경제자유구역 및 1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 여건 변화를 반영하는 기초 계획이다. 시는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지연으로 도시관리계획 등 하위계획 수립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양시 여건변화를 고려한 도시공간 구상 및 생활권 계획수립에도 지장이 우려된다. 특히 선도지구 지정이 완료된 일산신도시 재건축 사업 추진은 불가피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200억원의 국비를 확보한 ‘거점형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예산 70억원도 2024년 2회 추경에 이어 두 번째로 삭감됐다. 이 사업은 재난 대응 드론 출동, 싱크홀 실시간 감지 등 8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시민 안전과 편의성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비 편성이 안 될 경우 국토교통부에서 사업비 감액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당초 계획했던 사업 규모 또한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세계도시포럼 예산 6억원도 삭감 대상에 포함됐다. 이 포럼은 2019년부터 고양시를 대표하는 국제 행사로 자리 잡아 왔으며, 마이스 산업도시와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브랜드 가치 향상에 기여해 왔다.

이 외에도 원당역세권 일원 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 3억원,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재정비 수립 용역 2억7000만원, 고양시 도시브랜드 기본계획 수립 용역 1억1000만원 등이 삭감됐다.

이에 대해 한 고양시의원은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의 경우 재건축에 필요한 인구 배정이나 도시기반시설 재수립과 같은 핵심 요소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며 “그러나 BC(비용편익분석)값이 나오지 않는 신분당선 연장 사업, 자유로지하화 프로젝트 내용을 담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점형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은 전국 확대를 전제로 한 국토교통부의 시범사업으로 고양시가 수백억 예산을 투입해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특히 국토부 주도로 사업이 진행돼 고양시는 의사결정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실험대상으로 전락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사업 시작의 첫 단계인 용역비의 대규모 삭감은 타당성, 사업성 등을 검토해 사업 추진의 가능과 적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함”이라며 “해보지도 않고 실현가능성 부족, 타당성 없다 등의 결론부터 내려 삭감하는 것은 시 역점사업은 시작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는 시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에서 테스트베드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많은 사업이 예산을 매칭해 진행된다. 그럼에도 시민에게 도움이 되니까 진행하는 것이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은 수혜자인 시민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이번 의회 심사 과정에서 고양시의 지속발전을 위한 주요사업 예산이 삭감돼 깊은 유감이다. 예산 삭감으로 인한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갈까 우려된다”면서 “삭감된 예산은 내년도 1회 추경에 반영해 시민을 위한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