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해상운임이 올해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동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선사가 선복 공급을 조절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데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한국무역협회가 화주·선사·포워더(운송 대행 중개업자) 종사자 413명을 대상으로 내년 해상운임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4%가 운임이 상승(39.8%)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34.6%)할 것이라고 답했다. 운임이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률은 23.6%에 불과했다.
올해 해상운임은 지난해 11월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1월 993포인트에서 지난 7월 3733포인트까지 올라 연고점 찍은 뒤 이달 들어 2384포인트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1년 사이 많게는 4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수출·물류업 종사자들이 내년 해상운임 상승을 점치는 것은 중동 사태 이후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실질 선복량은 감소하고 병목 현상은 심화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부르는 게 값’이 되면서 선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임시 결항과 선박 수리 등으로 공급을 더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에 대해 이인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세계화주연합(GSA)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 선사의 선복 공급 조절 행위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예고한 대로 중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때릴 경우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면서 단기간 내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략 품목에 관세 인상을 발표한 지 2개월 만에 SCFI는 62% 급등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우리 수출기업의 물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부산신항 터미널 수출 컨테이너 반입 허용일을 선박 입항 3~4일 전으로 제한한 조치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