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수혜’ 금융주, 고환율 여파에 수익률 우수수

입력 2024-12-23 17:05
국민일보DB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대감 등으로 올해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던 금융주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말·연초 배당을 앞두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행렬에 월초 이후 수익률은 6% 넘게 하락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진 데다 최근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금융사의 배당 여력으로 여겨지는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대비 이날 KRX 은행 지수는 6.10% 하락하며 전체 지수 중 두 번째로 큰 하락률을 보였다. 이어 KRX300 금융은 –5.27%, KRX 보험도 –4.42%로 내림 폭이 컸다. KRX증권도 –0.01%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에서도 금융주의 약세는 뚜렷했다. 코스피200 금융은 5.29% 하락했고 보험 4.61%, 금융은 1.48% 내렸다.

금융주의 부진은 외국인의 매도 영향이 컸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 가운데 2위가 KB금융인 것을 비롯해 5위(신한지주), 7위(하나금융지주)가 금융주였다. 외국인은 이 기간 KB금융을 391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지난해 같은 기간(12월 1~20일)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 6위에 KB금융이 올랐던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더욱이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특별변경으로 지난 20일부터 지수 구성 종목에 포함됐음에도 편입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정책의 불확실성과 고환율 리스크가 금융주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이 높게 이어질 경우 금융사의 순이익과 배당 여력의 척도로 불리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 동향을 고려했을 때 보통주자본비율의 경우 3분기 말 대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고환율 상황을 고려해 금융사들이 공시를 통해 제시한 주주환원율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22일 ‘국내 은행의 밸류업 계획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이 밸류업 공시를 통해 제시한 주주환원율 목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연은 “배당이 순이익에 연계되는 주주환원율이 아닌 주당 배당금과 배당 증가율 등을 목표로 설정해 미래 배당에 대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은행주 순매도 규모가 11월 이후 현재까지 86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연초 밸류업에 대한 기대로 유입됐던 자금의 상당 부분이 빠져나갔다”며 “결국 환율이 안정돼야 은행주의 의미 있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