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79)의 성범죄 증거 영상을 공유한 JMS 탈퇴자가 성범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나는 신이다’ PD가 정명석 성범죄 영상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일을 떠올리게 한다. JMS 측의 조직적 압박 조처로 해석된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경찰청은 지난 19일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불구속 송치했다. A씨는 30여년간 JMS 신도로 활동했다가 탈퇴해 지금은 반JMS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사건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또 다른 자칭 JMS 탈퇴자 B씨로부터 자신의 아내 탈퇴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B씨는 A씨에게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선 실제 정명석의 성범죄가 담긴 영상이 필요하다며 공유를 간곡히 요청했다. A씨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B씨를 만나 영상을 전달했는데, 영상을 공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포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A씨의 변호인은 “JMS 측의 함정”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JMS 측은 “피고소인(A씨)은 피해자들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소지해 메신저로 촬영대상자들의 의사에 반해 반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6년 부산 해운대에서 친구들끼리 그저 재미 삼아 찍은 영상이라고 주장한다.
A씨가 공유한 영상은 정명석의 성범죄를 고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장면 가운데 하나로 여러 명의 여신도가 목욕탕 안에서 나체로 등장해 정명석을 칭송하는 내용이다. A씨는 아내를 JMS에서 빼온다는 B씨를 안타깝게 여기며 영상을 공유하면서도 “명예훼손 등을 조심하라”고 주의시켰다.
JMS 영상과 관련 정명석의 성범죄 실상을 알리기 위한 공익 목적이 인정된 사례는 다수다. 반JMS 사이트 ‘엑소더스’는 일명 ‘보고자’로 불리는 여신도 나체 동영상을 정명석 성범죄 증거라며 게재했다. JMS 측은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위원회는 ‘공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2016년 수원지검은 JMS 여신도들의 나체 사진을 전단에 첨부해 JMS를 주의하라고 전하다가 음화반포죄 혐의로 입건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정명석이 실제로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피해자의 발생을 유의하라는 취지가 주된 내용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JMS와 같은 이단 단체는 탈퇴자를 막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무차별적 고소도 삼가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정명석은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 여신도 등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