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국군에게 희생된 경남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사건 발생 74년 만에 첫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다.
부산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김주호)는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 15명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8억2583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도강작전을 펼치던 인민군 가운데 일부가 빨치산 세력과 합세해 지리산 등지에 숨자, 이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국군이 산청과 함양지역 주민들을 학살한 일이다.
국군은 1951년 2월 산청과 함양 지역 주민 705명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하고 민가에 불을 질렀다.
이후 피해자 유족들은 1996년 거창사건등관련자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조치법에 따라 희생자 유족으로 등록됐으나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 등은 받지 못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1996년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 명예회복 특별조치법이 제정된 이후 희생자 유족으로 등록됐을 뿐 현재까지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별다른 보상이나 배상을 받지 못했다.
앞선 1심은 민법상 불법행위의 손해배상 청구 단기 소멸시효는 3년이나 유족들은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2010년 6월30일을 훨씬 넘긴 2023년 3월에야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2심은 산청·함양사건과 유사한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파기 환송한 2022년 11월을 원고들이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다는 알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다른 민간인 희생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사망자 본인은 1억원, 생존한 사망자의 배우자는 5000만원, 부모와 자녀는 각 2000만원, 형제자매는 1000만원으로 위자료 기준을 정하고 상속 관계와 지분에 따라 구체적인 금액을 정했다.
이번 판결은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지만 정부는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김재생 산청·함양 사건 유족회장은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유족 732명 중 이제 남은 사람은 164명에 불과한 만큼 더는 괴롭히지 말고 특별법을 제정해 일괄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