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구미 콘서트 취소에 “신속하게 법적 대응”

입력 2024-12-23 15:23 수정 2024-12-23 16:18
이승환 인스타그램 캡처

가수 이승환이 크리스마스 콘서트장 대관을 취소한 경북 구미시에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이승환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저는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미시는 오는 25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예정된 이승환의 콘서트 대관을 취소했다.

이승환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구미시 측 해명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저희는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주시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도 삼가 달라 요청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회관에 ‘현재 집회신고가 되어있는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서 보내주신다면 관객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소를 피하거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지’하겠다고 말씀을 드린 바 있다”며 “현장 경호인력을 증원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회관에도 통지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승환은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승환이 짐작하는 대관 취소의 실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오전 대관 취소 기자회견에서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허가 조건을 강조하는 공문을 지난 10일 발송하고 유선상으로 우려를 표하면서 정치적 선동자제를 요청했다”며 “이승환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지적했다.

이승환은 회관 측이 지난 20일 공연 기획사에 공문을 보내 기획사 대표와 자신에게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에 날인할 것을 요구하며 ‘미 이행 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약서를 사진으로 첨부했다.

이승환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구미문화예술회관 측 서약서.

이승환은 “대관규정 및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지난 22일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라며 회관 측에 서명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선동’에 대해서는 “‘선동’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이라며 저는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극장의 대관계약서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공연’은 대관을 불허한다는 조건은 있지만 자신의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동안 대관에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승환은 “‘정치적 오해’는 또 무엇이냐”며 “‘여러분 요즘 답답하시죠?’ ‘여러분 요즘 좀 편안하시죠?’ 어떤 말도 오해가 되는 상황이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저는 35년을 가수로 살아오면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공연계를 브랜드화, 시스템화시켰다는 자부심이 있다. ‘내 공연이 최고다’라는 자신감도 있다”며 “그런데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승환은 회관 측 서약서 서명 요구를 개인의 신념 부정을 강요하는 ‘십자가 밟기’에 비유하며 “그 자체가 부당하기에 거부했다. 그리고 공연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팬들이 피해를 입었다. 티켓비용 뿐만 아니라, 교통비, 숙박비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날 공연을 보겠다 기대하였던 일상이 취소됐다”며 “대신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승환은 이 사건을 ‘표현의 자유’ 문제로 규정한 뒤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