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장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정치선동 자제서약 거부”

입력 2024-12-23 14:31
가수 이승환. 이승환 인스타그램 캡처

경북 구미시가 25일로 예정돼 있던 가수 이승환씨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 공연장 대관을 취소했다. 탄핵정국에서 불거진 보수·진보 진영 갈등이 공연·예술계로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라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한다”고 밝혔다.

구미시는 이승환씨 측에서 협조하지 않아 대관을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시장은 “지난 20일 이승환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음’ 조항이 담긴 서약서를 요청했지만 이승환씨 측 법률대리인은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반대의사를 서면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구미시는 앞서 지난 10일 이승환씨 기획사에도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지만 지난 14일 수원 공연에서 이승환씨가 ‘탄핵이 되니 좋다’ 등의 정치적 언급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구미지역 보수 시민단체들이 지난 19∼20일 이승환씨 공연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구미시는 이날 오전 9시쯤 이승환씨 공연기획사인 하늘이엔티에 관련 공문을 발송해 대관 취소 절차를 마무리했다. 콘서트 환불 등 반환금 문제는 추후 법률 대리인 등을 통해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개 찬성한 이승환씨는 구미시의 대관 취소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승환씨는 자신의 SNS에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최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며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이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