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 보니… “NLL서 北 공격 유도” 문구 확인

입력 2024-12-23 12:11 수정 2024-12-23 14:16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연합뉴스TV 자료사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자신의 수첩에 ‘국회 봉쇄’ ‘정치인·언론인 등은 수거 대상’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의 문구를 적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2차에 걸친 이른바 ‘햄버거집 회동’ 당시 논의했던 정보사 ‘수사2단’ 관련 실제 정부 인사발령 문서도 확보했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수사 의혹을 수사할 별도의 조직을 꾸리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 전 사령관의 계엄 수첩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첩에 국회 봉쇄라는 표현이 있고, 정치인·언론인·종교인·노조·판사·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했다”며 “이들에 대한 수용 및 처리 방법에 대한 내용도 적혀있다”고 말했다. 수첩에는 이와 관련해 실명이 거론된 명단도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거 대상이 체포 대상으로 해석되며, 수용 및 처리 방법도 수첩에 함께 언급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첩에는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 내용이 실제 실행 계획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기록 차원에서 작성된 것인지에 대해 추가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실제 계엄 세력이 북한 도발을 유도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노 전 사령관 등에게 내란죄 혐의에 더해 외환죄도 적용 가능할 전망이다. 외환죄란 외국을 향해 자국에 무력행사를 하도록 유도하는 등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를 뜻한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60~70페이지로, 성인 손바닥만한 크기라고 한다. 수첩에는 계엄 관련 메모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수첩에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다른 표현은 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지난 1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친 햄버거 회동에서 자신이 지휘하는 별도의 수사단을 꾸리려 한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 관계자는 “햄버거 회동은 노 전 사령관이 중심이 돼서 계엄사령부가 차려지면 별도의 수사2단을 만드는 모임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정상적으로 계엄이 이뤄졌다면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야하는데, 이와 별개로 (노 전 사령관이) 직접 운영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수사2단을) 꾸렸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사와 국방부 조사본부를 중심으로 한 수사2단은 부정선거 의혹 규명을 위한 선관위 서버 확보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사2단 조직을 위한 인사발령 문서 및 행정 사항이 적힌 문서 등 2건의 관련 문건도 확보했다. 이는 정부가 생산한 공식 문서로, 김 전 장관이 계엄령 선포 이후 노 전 사령관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2단의 구체적인 조직과 편제까지 확인했다. 3개의 부를 담당하는 형태인데, 단장부터 부대원까지 총 60여명이 인사 발령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내란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된 군 관계자 15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