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북한군이 러시아 이름을 적은 위장 신분증을 사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RBC에 따르면 이 나라 특수작전군은 이날 러시아와 접경지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 3명을 사살했다며 시신과 함께 군용 신분증으로 보이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특작군은 “사살된 북한군 병사들 이름은 리대혁, 반국진, 조철호인데 이들이 갖고 있던 러시아어로 된 신분증에는 동크 잔 수로포비치, 김 칸 솔라트 알베르토비치, 벨리에크 아가나크 캅울로비치라는 러시아식 이름이 적혀 있다”고 밝혔다.
이들 신분증에는 공통으로 사진과 발급기관 도장이 없다. 또 출생지가 나란히 세르게이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부 장관의 고향인 투바 공화국으로 표기돼 진위가 의심됐다. 무엇보다 신분증 서명란에는 한글로 된 이름이 자필로 적혀 있다. 이 한글 이름 서명만 다른 필기도구로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특작군은 “(한글 이름 서명은) 병사들의 진짜 출신지를 드러낸다”면서 러시아군이 타국 군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위장 신분증까지 동원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RBC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일부 러시아 병사들이 북한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도 보도했다. 한 포로는 북한군에 대해 “그들은 무례하며, 스스로 ‘머리가 없다’며 어디로, 어떻게 가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친 자들”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포로는 북한군이 무기를 부주의하게 다뤄 동료 병사나 교관에게 총을 쏜 사례가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드론인지, 러시아 드론인지 신경 쓰지 않고 격추한다”고 비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