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틀그라운드(펍지)’ e스포츠 서사는 베트남의 우승으로 매듭 지어졌다. 전날까지 선두권에 있던 한국 팀은 마지막 날 나란히 부진하며 순위가 동반 하락했다.
베트남의 팀 익스펜더블스는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트로피카나 가든스 몰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한 2024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 그랜드 파이널(결승) 3일 차 경기(매치13~18)에서 68점을 누적하며 도합 141점에 도달, 정상에 섰다.
펍지 최고 권위 대회에서 마지막에 웃은 건 베트남이다. 올해 베트남은 명실상부 펍지 강호로 다른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이번 대회 예선전 격인 서킷에서 베트남 강호 케르베루스가 탈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그 공백을 팀 익스펜더블스가 완벽히 메우며 베트남 펍지 프로 팀의 전반적인 강세가 증명됐다. 앞선 펍지 글로벌 시리즈(PGS)에서도 케르베루스가 정상에 선 바 있다.
이날 매치 13, 14는 미라마, 매치15는 태이고, 매치16은 론도, 매치17, 18는 에란겔에서 열렸다.
6위로 출발한 팀 익스펜더블스는 전장 론도와 에란겔에서 연달아 치킨(최후 생존)을 가져가며 급격한 순위 상승을 해냈다. 마지막 매치에서도 침착한 운영으로 점수를 쌓으며 선두 경쟁에서 마침내 이겼다.
더 익스펜더블스는 우승 상금으로 최소 50만 달러(약 7억원)를 확보했다. 이후 PGC 2024 기념 아이템 판매 수익을 추가로 정산 받는다. 대회 기본 총 상금인 150만 달러(약 21억7000만원)와 기념 아이템 판매 수익은 순위에 따라 차등 분배된다. 작년 총 상금은 235만 달러(약 34억원)였다.
5위로 시작한 TSM(북미)은 이날 전장 미라마와 에란겔에서 각각 치킨을 추가하며 팀 익스펜더블스를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끝내 역전까진 하지 못했다. 139점으로 2위에 자리했다.
한국 팀은 나란히 부진했다. 1위로 출발한 T1은 다른 팀의 집요한 견제에 고전하며 2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5위로 순위가 내려섰다.
또 다른 한국 팀인 광동은 40점을 얻으며 분전했지만 우승엔 닿지 못했다. TSM과 동점이지만 순위 점수에서 밀려 3위에 이름을 올렸다.
PGS 3회 연속 우승으로 이번 PGC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트위스티드 마인즈(유럽)는 114점으로 8위에 자리하며 체면을 구겼다. 러시아 선수 중심의 이 팀은 잇달아 황당한 실수로 자멸했다.
우크라이나 선수 중심의 나투스 빈체레는 하루 동안 76점을 얻는 괴력을 발휘해 15위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포 앵그리 맨이 9위에 오르며 중국 팀 중 가장 나은 성적을 냈다.
3일간의 말레이시아 펍지 축제
PGC 결승전이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트로피카나 가든스 몰 컨벤션 센터는 펍지를 향한 현지 팬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다.
사흘간 그랜드 파이널을 진행하는 동안 관중석은 각지에서 모인 팬들로 가득 찼다. 첫째날 600석 규모가 가득 메워진 데 이어 이튿날엔 50석을 더 늘려 물밀듯 들어온 팬들을 받았다. 올해 챔피언이 가려진 마지막 날엔 펜스를 세운 스탠딩석을 추가로 늘렸음에도 팬들에 가득 들어찼다.
현장엔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한정판 굿즈와 기념품을 얻을 수 있는 팬존이 운영되고 주말엔 선수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팬미팅도 진행했다. 각지에 미니 게임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면 키캣 등 상품을 얻을 수 있게 조성했다. 현지 팬들의 참여도는 무척 높았다.
내년 펍지 e스포츠 ‘로드 투 PGC’ 서사 유지… 3인칭 대회 신설
이날 크래프톤은 내년 펍지 e스포츠를 관통하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무성했던 3인칭 대회로의 전환 대신 1인칭 프로 대회를 유지하고 3인칭 대회 신설로 프로씬의 확장성을 꾀한 게 특징이다. 3인칭 전환에 부정적이었던 프로 선수들의 마음을 잡고 3인칭 위주의 스트리밍 및 라이브 서비스와의 간극도 좁힌다는 게임사의 의지가 엿보인다.
먼저 프로 대회는 ‘1인칭 유지+로드 투 PGC’가 골자다. 기존과 같이 3월과 9월 지역·권역별 대회가 열리고 펍지 글로벌 시리즈(PGS)는 4, 5, 10, 11월 열린다. 또한 8월엔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월드컵(EWC)과 연계한 일정을 소화한다. 3월부터 11월까지 대회는 모두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을 향한 여정이다. PGC 포인트 상위권과 4회의 PGS를 통해 시드권을 얻은 팀은 펍지 최고 권위 대회인 PGC 초청장을 받는다.
눈여겨 볼 변화는 ‘펍지 플레이어스 투어’란 명칭의 3인칭 대회 신설이다. 먼저 플레이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상설 대회 ‘스크림’을 연다. 이를 통해 가려진 상위 선수들이 ‘컵 대회’에 참가하고 최종 단계인 ‘마스터스’는 3인칭 최고수들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 모두가 배틀그라운드 공식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장태석 펍지 스튜디오 총괄 PD는 “(3인칭 대회는) 라이브 서비스와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라면서 “3인칭 배그 대회의 가능성을 보고, 최상의 게임 경험을 제공하고자 대회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쿠알라룸푸르=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