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유창선씨가 22일 오전 11시46분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4세.
고인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한국사회연구소 정치분과 연구원을 거쳐 이듬해 민주당에 입당, 이부영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대표적인 ‘1세대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명성을 쌓았으며,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시절에는 정권에 밉보여 각종 방송에서 배제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꽃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2021년 출간한 저서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를 통해 “(문재인정부에서도) 나는 진영의 일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다시 배제되었다. 과거의 시간이 그랬듯이 달라진 세상은 우리가 아닌 그 사람들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년에 그가 썼던 글이 주로 비판한 것은 진영 정치에 매몰돼 극단으로 치닫는 한국 정치였다. 그는 선동이 합리적 이성을 마비시키고 올바른 판단을 결딴내는 현상을 안타까워했다. 2022년 펴낸 ‘나를 찾는 시간’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은 서로가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100사람이면 100개의 생각이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하물며 사람마다 의견이 갈라지게 되어 있는 정치에 관해서야 두말할 것도 없다. …한나 아렌트는 ‘사유하는 정치적 삶’을 우리에게 주문했다. 그녀가 말한 정치는 다원적 인간들 사이에서의 다양성을 전제로 한 의사소통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2019년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고인은 펜을 놓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각종 매체에 활발하게 글을 기고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4일 오전 10시20분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