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볼’ 새로운 ‘동남아 돌풍’ 이끈다… 韓사령탑 유일 미쓰비시컵 4강 진출

입력 2024-12-22 15:15
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베트남축구연맹 SNS 캡처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을 이끌고 2024 아세안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 4강행을 이뤘다. 같은 조에서 겨루던 3명의 한국인 사령탑 가운데는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김 감독은 베트남을 이끌고 이 대회 우승을 이끈 박항서 감독에 이어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김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은 21일(한국시간) 베트남 푸토 비엣찌의 푸토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미얀마를 5대 0으로 대파하고 조 1위(승점 10·3승1무)로 4강에 진출했다. 전반전 70% 볼 점유율에도 유효슈팅에서 2-3으로 밀렸으나, 후반전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고 ‘닥공 전술’을 펼쳐 대승을 거뒀다.

미쓰비시컵은 아세안축구연맹(AFF)이 주관하는 이 지역 최고 권위의 축구 대회다. 2018년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우승컵을 따내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알려졌다. 지난 2022 대회에선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베트남은 올해 6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이번 대회는 총 10개 팀이 2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2위까지 4강에 올라 준결승, 결승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베트남은 26일 A조 2위 싱가포르와 4강 1차전을, 29일에 2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4강에 든 나머지 두 팀은 필리핀과 태국이다.

이번 대회엔 베트남의 김 감독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감독, 라오스의 하혁준 감독까지 3명의 한국인 사령탑이 B조에서 경쟁해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김 감독이 한국인 사령탑으로는 유일하게 살아남으면서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김 감독은 베트남으로 무대를 옮긴 뒤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성적 부진과 거듭된 경기력 논란 끝에 전북 현대 감독 자리에서 자진사퇴한 그는 이후 한동안 감독 공백기를 갖다가 지난 5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았다.

베트남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지난 6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무대에선 다소 아쉬웠다. 필리핀전에서 데뷔 승을 신고했던 김 감독은 이후 이라크와 최종전에서 패배하면서 3차 예선 티켓을 놓쳤다.

그러나 선수들과 빠르게 합을 맞춰가며 이번 대회에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키워드는 조직력에 기반한 공격 축구다. 4경기 동안 10개 팀 중 가장 많은 2113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슈팅 수도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 최다인 80개를 기록 중이다.

한편 ‘동남아 축구 돌풍’의 한 축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필리핀에 0대 1로 덜미를 잡혔다. 비기기만 해도 준결승에 오를 수 있었지만 경고 누적에 의한 선수 퇴장으로 수적 열세 끝에 패배하면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