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 테러…5명 사망

입력 2024-12-22 14:17
경찰차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 현장에 정차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테러로 5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왔다. 사망자 중에는 아홉 살 어린이도 포함됐으며, 부상자 가운데 41명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독일 정부의 포용적 난민 정책에 불만을 품은 반이슬람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남성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dpa통신, MDR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20일 오후 7시쯤 BMW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고 크리스마스 마켓 인파 속으로 돌진한 용의자 탈렙 알압둘무센(50)를 현장 인근 트램 정류장에서 체포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 있다. 신화연합뉴스

마그데부르크 검찰의 호르스트 발터 노펜스 수석검찰관은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는 사우디 출신 난민을 대하는 정부 방침에 불만을 가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범인이 이슬람 혐오주의자라는 사실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은 마그데부르크 남쪽 소도시 베른부르크에 있는 용의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해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독일 경찰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후 7시쯤 BMW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고 크리스마스 마켓 인파 속으로 돌진한 용의자 탈렙 알압둘무센(50)를 현장 인근 트램 정류장에서 체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용의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다가 2006년 독일로 이주했다. 2016년 영주권을 얻은 뒤에는 심리치료 의사로 일해왔다. CNN 보도에 따르면 그는 사우디 당국으로부터 박해받는 여성들의 망명을 돕는 등 반이슬람 성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의 엑스(X·옛 트위터)에는 소총 사진과 함께 “독일이 국내외에서 사우디 출신 여성 망명자들을 쫓아내 삶을 파괴한다” “독일이 유럽을 이슬람화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또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스스로를 사우디 반체제 인사라고 밝히기도 했다.

용의자는 2013년 협박죄로 독일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으며 범행 전날에도 다른 혐의로 재판이 잡혀 있었으나 불출석했다. 한편 CNN은 사우디 정부가 엑스에 올린 용의자의 극단주의적 주장과 관련해 여러 차례 독일 정보당국에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사건 발생 직후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사건 이튿날 오전 현장을 찾아 “나라 전체가 함께 애도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사건 이튿날 오전 현장을 찾아 “나라 전체가 함께 애도하고 있다”라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어떤 공동체나 가족도 성탄절 전에 이런 비열하고 어두운 사건을 겪어선 안 된다”고 애도했다. 독일 각 지역 당국은 크리스마스 마켓에 경찰을 투입해 경비를 강화했고 일부 마켓은 일찍 문을 닫기도 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