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몸이 불편한 이들이었지만 이들을 막을 장벽은 없었다. 장애인 선수들이 펼치는 e스포츠 경쟁 안에서는 화합의 장이란 훈훈한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경기도 장애인 e스포츠 리그’가 그런 무대였다.
에이블경기도장애인 e스포츠협회(회장 주이삭)은 최근 과천시장애인e스포츠연맹(회장 김준모), 사랑의동산(시설장 이성준)과 함께 경기도 과천교회(주현신 목사) 드림홀에서 ‘경기도 장애인 e스포츠 리그 결승전’을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행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e스포츠를 통해 소통하고 경쟁하며,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진정한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WE CAN PLAY!’(우리도 즐길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경기도 8개 지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선수 100여명이 함께했다.
리그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종목으로 진행됐다. 게임 중간중간마다 장애인 선수들은 비장애인 감독 및 코치와 논의하며 전략을 세워갔다. 실수할 땐 위로와 격려를, 승리했을 땐 칭찬을 전하는 그들의 모습은 현직 프로게이머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듯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대회가 열린 장소다. 과천교회 드림홀에서 개최됐는데, 다음세대가 예배를 드리는 교육관이다. 강대상 대신에 최신형 컴퓨터가 설치됐고, 대형 화면에는 목회자의 설교 영상이 아닌 선수들과 게임 중계 영상들이 흘러나왔다. 주현신 과천교회 목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를 위해 교회 공간을 개방하게 되어 기쁘다. 교회 안에서 열린 이 리그가 여러분에게 새로운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됐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성남시 ‘스타팀’(협성대학교 에이블아트 스포츠학과)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준우승과 3위는 각각 의왕시 ‘꿈이든’(경기장애인부모연대 의왕지회)과 구리시 ‘구리평교’(구리시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차지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수상자는 “이번 리그가 단순한 리그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며“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어 서로를 존중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이삭 에이블경기도장애인 e스포츠협회장은 “이번 리그를 통해 장애인 선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고, 이 리그가 그들의 꿈을 실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장애인 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지속해서 힘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