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지위 흔들…도입 앞장 대구교육청은 강행의지

입력 2024-12-22 13:04 수정 2024-12-22 13:17
대구시교육청 전경. 국민DB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낮아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이자 지역 교육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AI교과서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대구시교육청은 현재까지는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기존 방침을 그대로 유지 중이다.

22일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AI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다수당인 야당 주도로 추진된 법안이라 국회 본회의 통과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교과서로 규정되면 학교에서 이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로 규정되면 사실상 참고서 역할에 머무르게 된다. 사용 여부가 학교장 재량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AI교과서 보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AI교과서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학생의 학습 능력에 따라 학습 난이도와 진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든 디지털 교재다.

교육부는 최근 2025년부터 수학·정보 AI교과서를, 2027년부터 과학 AI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과학·수학·정보·융합(STEAM) 교육 종합계획(2025~2029년)’을 발표해 AI교과서 도입 의지를 밝혔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미지수다. 일부 다른 지방 교육청은 AI교과서 선정 보류 방침을 정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교과서 지위 논란과 같은 혼란은 이미 예견됐었다. 그동안 AI교과서 도입을 놓고 교육격차 해소와 디지털교육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과 성급하게 준비해 디지털 기기 오남용, 문해력 저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내년 AI교과서 도입을 대비해 디지털교육 인프라 확충과 교사 역량 강화 연수 시행 등 적극적으로 준비에 나섰던 대구시교육청은 아직까지는 도입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 교육부가 AI교과서 도입을 발표한 이후 대구 지역 디지털 선도학교 65곳을 선정했고 AI 기반 자료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했다. 또 지역 교원 1만여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 등을 실시했다. 관련 예산 계획도 모두 세워뒀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일선 학교에 혼란이 없도록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대구시교육청은 AI교과서 도입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교육부 입장에 변화가 생길 경우 대구시교육청 단독으로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