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들에게 학교폭력을 가한 학생들의 신상과 폭행 내용을 벽에 써붙인 아버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7단독(판사 한지숙)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15일 전주시 한 아파트 상가와 전봇대 등에 ‘5학년 집단 따돌림 폭행 살인미수 사건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부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유인물에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와 폭행 사실이 적혔다.
A씨는 아들의 고백을 토대로 내용을 썼는데, 다음 달 열린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중 1명인 B군이 가담자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해당 학생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인물을 부착한 시점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들이 다니는 같은 반 ‘모든’ 남학생이 학교폭력을 저질러 사과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이후였다”며 “당시 담임 선생님은 B군이 결석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 입장에선 B군 또한 학교폭력을 저질러 함께 사과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적시한 사실이 허위여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그것을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당시 작성한 유인물의 내용을 허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